# 경기도 양주 옥정신도시 주민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양주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옥정신도시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파주·김포는 제외하고 양주를 잡겠다는 거냐” “인프라라고는 군대병원 하나 있는 곳이 무슨 집값 상승 책임이 있다는 거냐”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 주민들은 국토교통부와 청와대 등에 민원제기 운동에 나섰다. 항의집회를 제안하는 글에는 “연차를 내고서라도 참석하겠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6·17 대책’ 후속으로 청약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강력한 분양가 통제가 적용되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대폭 확대하자 시장에서는 ‘로또 아파트 발행을 늘려 청약시장을 잡겠다’는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HUG가 지난 18일 발표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보면 경기도만 놓고 봐도 기존 4곳에서 이번에는 사실상 전 지역으로 넓어졌다. 인천도 ‘0곳’에서 ‘전 지역(강화·옹진 제외)’으로 확대됐다. 심지어 팔리지 않은 새 아파트가 많은 ‘미분양 관리지역’도 고분양가 지역으로 묶이는 황당한 일마저 나왔다.
◇“미분양 지역이 왜 고분양가 지역이냐”=HUG는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 방침에 맞춰 18일 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대전·청주까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새롭게 고분양가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된 곳들이다. 새 아파트 가격을 낮춰 집값을 안정시키고, 청약 광풍을 진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가의 분양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로또 아파트’ 분양을 늘려주는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고분양가 지역 확대로 이제 경기도와 인천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시세보다 싼 로또 단지가 나올 것이 뻔하다. 결과적으로 로또를 늘려 로또발 청약 광풍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황당한 일마저 나오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확대에 맞춰 기계적으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넓혔다. HUG의 이번 추가 지정 규모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HUG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묶은 경기 양주·평택·화성·안성, 인천 중구 등도 고분양가 지역에 포함된 것이다. HUG는 새롭게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에 대해 “분양가 상승이 전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지역 또는 분양가 및 매매가 상승이 지속돼 고분양가 사업장이 발생할 우려가 큰 지역”이라고 밝혔다. 평택의 한 주민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지역이라더니 어떻게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냐”고 말했다.
여기에 분양가 대비 수억원대 시세차익이 실현되고 있는 경기 김포·파주 등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배제하면서 지역 차별이라는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권역 내 상당수 구가 새로 포함된 수도권, 대전 등과 달리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의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지역은 새로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면밀한 검토 없이 탁상행정식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발 로또 양산’…시장 비판 커져=HUG는 이번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에 따라 새롭게 추가된 지역에서도 아파트 분양을 위한 분양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별도 기준을 적용해 분양가 심사를 할 예정이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지자체의 분양승인을 받기 어렵고, 금융권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해지는 등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
고분양가 심사기준이 적용되면 앞으로 새롭게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기존의 아파트 단지 분양가를 넘어서는 분양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최대 같은 수준, 1년이 넘었을 때는 평균 분양가와 최고 분양가가 10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분양보증을 해준다. 집값 상승폭에 비해 분양가 인상은 거의 없는 셈이다 보니 고분양가 통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지는 ‘로또 단지’가 줄줄이 양산되고 있다.
한 예로 오래전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의 경우 강남에서는 7억~8억원대 로또 단지가 줄을 잇고 있다. 아울러 HUG의 이번 고분양가 관리 지역은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보다 범위가 넓다. 한마디로 상한제 미 적용지역에서도 로또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HUG의 조치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로또’ 발행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경제에 맞지 않게 규제를 강화하는 탓에 수분양자들만 덕을 보고 소유자들은 손해를 보게 만드는 구조”라며 “불가피하게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면 시장경제 논리에 맞춰 어느 정도 시세와의 연동을 이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