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제재 겨우 버틴 北 코로나에 무너졌다

대북 제재 이후 對中 수출 90% 이상 급감
상대적 양호하던 수입마저 코로나로 타격
보건 수준 낮은 北 국경 봉쇄로 자기 발목
전 세계서 코로나로 가장 피해 큰 곳 중 하나
북한 경제 불확실성 높아진 만큼 대비 필요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달 말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지난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 이후 한동안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던 북한의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은 표면적으로 대북 전단을 문제 삼고 있지만, 경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도발의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은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경제 지표 등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에 한국은행 등 국내 기관들은 북·중 무역 규모 등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확인 가능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경제 상황이 심각한 위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대북 제재 속에서 간신히 버티면 북한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공개했다.[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 경제는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2016년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94.8%까지 치솟은 북한의 대중국 교역 의존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와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등에 따르면 2016년 26억3,440만달러에 달하던 대중(對中) 수출 규모는 2017년 16억5,070만달러로 1년 만에 37.3% 감소했습니다. 2018년 1억9,460만달러까지 떨어졌던 수출 규모는 2019년 2억850만달러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바닥 수준입니다.

수입은 제재의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2017년 북한의 대중 수입 규모는 33억2,800만달러로 2016년(31억9,200만달러) 대비 4.3% 증가했습니다. 2018년 22억1,710만달러로 33.4% 감소했다가 2019년 25억8,870만달러로 오히려 16.8% 늘었습니다. 대북 사회 제재가 주로 달러 유입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수입 제재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모습./권욱기자

코로나19는 북한이 그나마 숨 쉬고 있던 수입 통로를 막아버렸습니다. 북한은 인접국가인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자 1월 30일 국경을 전면 봉쇄했습니다. 북한의 낙후된 의료·보건 수준에서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면 아예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탈북자 단속보다 코로나 단속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하게 나서면서 밀수마저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국경 봉쇄로 올해 북한의 대중 수출입 물량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1~2월 북한의 대중 수입은 1억9,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26% 줄었습니다. 3월 1,800만달러로 90.89%, 4월 2,180만달러로 90.03%씩 감소했습니다.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1~2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1,07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1.17% 감소했습니다. 3월 수출은 60만달러로 96.20%, 4월 수출도 220만달러로 90.09% 등 급감했습니다.

정부 등은 수입 감소가 북한 경제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주로 대두유·밀가루·직물·담배·의약품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수입이 줄면 우선 식료품 등에 영향을 받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수급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최소한 부품이라도 들어와야 기계를 수리하거나 공장을 돌릴 수 있는데 그마저도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8일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 파란색 버스가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3일 코로나 장기화로 북중무역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외환보유액 감소는 물론이고 생산에 필수적인 설비와 원자재 수입 부족으로 국영기업 등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채취·금속·화학·전력 등 국영기업의 생산 활동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올해의 코로나 사태로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은 경제권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경제”라며 “북한에서 코로나는 성공적으로 억제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를 위해 북한이 사용하는 방식이 올해 북한경제에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이 어떻게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 수준은 아니지만, 북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진 만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등도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하는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