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동학개미 2차봉기…'우금치'도 넘을까

[동학개미 출정 100일]
예전과 다르게 정보 루트 다양
기술·산업 대한 이해도 높아져
2,100선 사수…1차봉기 성공적
변동성 유혹 벗어나지 못하면
'기관·외인 전쟁'서 쓴맛 볼수도


“주변에서 다들 주식투자를 하길래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같이 접수해보자고 해서 최근 증권사 주식거래계좌를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적금을 깨서 200만원 정도 투자하려고 하는데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면 삼성전자(005930)나 카카오(035720) 주식을 살 계획입니다.” (20대 여성 A씨)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장 쇼크’를 기록하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지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100일이 지났다. 개인의 투자 열기는 삼성전자나 해외 주식뿐 아니라 공모주 청약,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등 다양한 대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국내에서 300만여명이 주식투자 대열에 새로 들어섰다. 초저금리 현상 속에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을 통해 주식 정보를 손쉽게 얻고 투자할 수 있게 된 환경이 ‘진격의 동학개미’를 만들어냈다. 공모주 청약의 경우 일반 주식투자와 절차가 다르고 기존 상장사보다 정보가 부족해 일반투자자들의 진입이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제는 공모주 청약뿐 아니라 기업분석·투자전략 등 주식투자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유튜브, 포털사이트,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여력을 갖춘 30대 중심의 개인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술·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튜브·팟캐스트 등 다양한 경로에서 얻은 정보로 무장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전문가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동학개미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미국·일본·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개인투자자가 ‘증시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모바일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로빈후드 투자자’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일본·베트남에서도 급증한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하락한 증시 반등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3월 코스피가 1,400대까지 급락했다가 두 달 만인 5월 2,000선을 회복한 데는 개인의 저가매수가 큰 역할을 했다. 동학개미가 한국 증시의 버팀목이나 부동산자금에 편중된 자산 이동의 계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유지하면서 동학개미의 ‘1차 봉기’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수익률도 쏠쏠하다. 하지만 단기차익을 노린 테마주나 원유상장지수증권(ETN)·우선주 광풍(狂風)처럼 변동성의 유혹에 빠져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등 글로벌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어 장기투자에 대한 고삐를 죄지 않을 경우 동학개미들도 1894년 동학운동 세력이 2차 봉기 이후 ‘우금치 전투’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것처럼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경훈·이승배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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