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서만 570兆…SK바이오팜, IPO 왕좌 꿰차나

역대 1위 제일모직, 30조원 넘는 청약증거금 유입돼
KT&G, 1999년 11조원 모집... 증거금 10조 돌파 시초
흥행 청신호 ‘SK바이오팜’... 공모주 역사 새로 쓰나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연합뉴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흥행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미 수요예측에서만 570조원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런 기세대로라면 공모주 청약에서도 ‘역대급’의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제일모직, KT&G 등 과거 돌풍을 일으킨 공모주의 청약 결과는 어땠을까. 이들 기업이 공모주 청약에 나서 모은 청약증거금 규모는 기본적으로 10조원이 넘는다. SK바이오팜이 이들과 함께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오는 23일 진행되는 SK바이오팜의 일반 공모 청약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프리미엄 받은 ‘제일모직’

현재까지 공모주 역사 속 최대 청약증거금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은 제일모직이다. 201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제일모직은 194.9대 1이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으로 무려 30조649억원을 빨아들였다. 당시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제일모직의 매력이 투자자에게 부각된 탓이다. 이전 최대 기록인 삼성생명을 10조원 차이로 가볍게 압도했다. 2010년 IPO를 진행한 삼성생명은 19조8,444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았다. 40.6대 1이란 청약경쟁률 기록을 세워 비슷한 시기에 IPO를 진행했던 동종업계 대한생명의 경쟁률(23.7대 1)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2014년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서를 작성하는 투자자/연합뉴스


삼성 계열사 공모주는 무조건 대박? 삼성생명·삼성SDS·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도 15조가 넘은 청약증거금을 흡입해 청약시장을 달궜다. 2014년도 말 삼성SDS는 134.19대 1의 경쟁률로 15조5,220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10조원 이상 청약증거금을 모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일반 공모청약에서 45.34대 1의 경쟁률로 10조1,988억원의 증거금을 확보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업종이 약세 흐름 속 흥행 열기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넘사벽’의 성적을 낸 셈이다.


삼성 제외한 10조클럽…민영화 힘 보여준 KT&G



사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최초로 10조원 이상 청약증거금 모집에 성공한 기업은 KT&G(과거 한국담배인삼공사)다. 1999년 민영화 과정에서 IPO를 진행한 KT&G는 무려 11조5,746억원을 끌어모으며 신기록을 세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대한 불안감 확대되고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대안으로 선택한 효과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넷마블게임즈, LIG넥스원 등이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청약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23일 진행되는 일반공모 청약일로 옮겨가고 있다. 우선은 10조원 클럽에 가입을 할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이후 제일모직이 갖고 있는 30조원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지도 중요하다. 아울러 SK바이오팜이 소위 ‘대박’을 터뜨린다면 앞으로 진행될 SK그룹 계열사의 또 다른 기업공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 이후 SK그룹에서는 SK실트론, SK바이오텍 등의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첫 단추는 잘 꿰어졌다. 1,000곳에 가까운 기관들이 참가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4만9,000원)을 훌쩍 넘는 5만8,617원을 평균 참여가격으로 제시했다. 최종 공모가로 4만9,000원을 확정한 SK바이오팜은 이달 23일과 24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을 진행한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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