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접경 지역의 한 훈련장에서 K1E1 전차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한이 우리 군의 육해공군 해상사격훈련에 대해 “큰 경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11일 경북 울진군 죽변 해안에서 육해공군 전력이 동원된 합동 해상사격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한 바 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1일 남측의 육해공군 합동 해상사격훈련 등을 거론한 뒤 “남조선군부는 공연히 화를 자청하지 말고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 죄과에 대해 통감하면서 찍소리 말고 제 소굴에 박혀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에 함부로 나서서 졸망스럽게 놀아대다가는 큰 경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남한에 응분의 대가를 연일 강조하며 남북합의에 따른 비무장화된 지역을 요새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도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실제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 북측지역 일대에 설치된 ‘잠복호’(잠복초소)에 소수 병력을 지속해서 투입해 수풀 제거와 진입로 보수 및 개척 등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소대 규모 이상의 북한군이 투입된 곳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1개 소대 규모 이상의 병력이 진입한다면 ‘특이 징후’로 판단하겠지만, 소수의 병력이 들어가 수풀 제거 등의 작업을 하는 것으로 미뤄 북한군이 예고한 대남 군사행동일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고 군 소식통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철모를 쓴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파주=연합뉴스
북한은 이날도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한 때리기’ 선전전에 열을 올렸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파렴치한 책임회피 수법은 통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을 통해 “누구보다 자기의 책임을 무겁게 통감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남조선당국”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측 정부가 내놓은 반응들을 열거하며 “남조선당국은 누구를 걸고 들기 전에 저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놓았는가 하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남조선당국의 배신행위로 북남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지 오래며 사태가 지금과 같은 험악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면서 “말로만 합의이행에 대해 떠들고 실지 행동에서는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면서 제 할 바를 전혀 하지 않는 남조선당국의 고질적인 사대 근성과 무책임한 태도가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호상 존중과 신뢰가 무너져내리고 북남 사이에 마주 앉아야 할 일도 없는 현 상태에서 우리가 주저할 것이 무엇이겠는가”라며 연락사무소 폭파를 거듭 정당화하고 “남조선당국은 더이상 현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너절한 놀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우리의 징벌’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이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살포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지금 남조선당국자들이 저들은 할 짓, 못 할 짓 다하면서도 우리의 보복 행동들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아부 재기를 치고 있는데 우리 인민을 모독하고 우롱하려들 때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생각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대남삐라(전단)./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대남기구인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이날 통일부의 대남전단 도발 중단 촉구에도 살포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통전부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삐라(전단) 살포가 북남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전날 북한이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이러한 행위는 남북 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도발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