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초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은 구광모 LG 대표./사진제공=LG
구광모(사진) LG(003550) 대표가 오는 29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구 대표는 지난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로 만 40세의 나이로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계열사 사업 파악 등에 초점을 맞춘 1년차와 달리 경영 2년차에는 ‘젊은 총수’로서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4세대 경영인인 구 대표가 ‘소리 없이 강한 리더십’으로 LG를 이전과는 확 다른 모습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대표의 집권 2년차 키워드는 ‘실용주의·미래준비·고객가치’다. 취임 이후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 등을 간소화하고 보고 및 회의 문화를 개선하며 실용주의 문화가 확산됐다. LG는 올해부터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던 ‘사업 보고회’를 하반기 한 차례만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에 보고가 아닌 토론 형식으로 수시로 전략 방향을 논의한다. 임원 세미나는 LG포럼이라는 100명 미만 규모의 월례 포럼으로 이름을 바꿔 자유로운 토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사진제공=LG
그룹 정기공채도 올해부터 폐지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조직의 유연성과 순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취임 초기부터 실시한 자율복장제도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69개 계열사를 이끄는 구 대표가 자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구 대표는 실적이 좋지 않은 임원과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8년과 지난해 인사 키워드는 ‘순혈주의 타파’ ‘세대 교체’로 매해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이 발탁됐다. 여기에 올해부터 그룹 정기공채를 폐지해 조직의 유연성과 순발력을 높이고 있다.
구 대표가 취임하면서 ‘인화의 LG’가 ‘공격의 LG’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대표 취임 이후 LG는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 삼성전자와의 TV 화질 관련 비방전, LG생활건강(051900)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낸 치약 상표권 소송 등에서 단호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 대표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술·지적재산권에 대해서만큼은 양보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주력 사업은 밀어주는 한편 부진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미래사업 육성을 위한 실탄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중국·일본 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해 5세대(5G)시대 방송통신 융복합을 주도하는 한편 전자결제 사업 등을 팔았다. 지난해 ‘신 가전’에 힘입어 연매출 21조원의 ‘신 기록’을 쓴 LG전자(066570)도 연료전지·수처리 사업 등을 매각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올해 초 디지털 시무식을 하고 있다./사진제공=LG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R&D 분야 개방과 협업도 늘리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미래사업가로 육성 중인 내부 인재 100여명과 LG 인화원에서 직접 만나는 등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구 대표는 고객 가치 실천에 역점을 두고 직접 고객 접점 현장을 찾기도 했다. 올해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했고 5월에는 서울 마곡에 위치한 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LG 계열사들은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 대표의 취임 3년차는 코로나19 극복 및 미래 성장 분야에서의 M&A ‘빅 딜’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LG전자 등이 갖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3,700억원을 확보된 상황이다. ‘안전 경영’에도 초점을 맞춘다. 최근 LG화학의 인도공장과 서산공장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해 구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안전경영’을 전 계열사에 주문한 바 있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구광모 LG 대표(앞줄 오른쪽)가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해 권영수 LG 부회장(앞줄 왼쪽), 조준호 LG인화원 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