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CJ CGV, CJ ENM 등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은 코로나19로 고조된 위기감을 보여준다. CGV는 희망퇴직에 이어 무급휴직 역시 적극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 2월 코로나가19가 시작된 직후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안팎에서는 CGV에 이어 오는 7월 CGV를 시작으로 인력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고됐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항공업계도 아닌 마당에 여론의 뭇매를 피해 오는 10월 정기인사 시즌에 맞춰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GV 뿐만 아니라 CJ ENM 등 다른 계열사로 구조조정의 불씨가 번질지도 미지수다. 다만 구조조정의 경우 CJ지주사 주도가 아니라 각 계열사별로 실적과 자체 상황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는 귀띔이다.
◇코로나로 관람 문화바뀐 탓에 CGV 빙하기=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계열사는 CGV다. CGV는 3월부터 30%상영관이 영업중단에 들어가면서 근속 기간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좀처럼 시행하지 않는 CJ그룹에서 계열사 희망퇴직은 이례적 조치다. 또 전 임직원이 주 3일 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무급휴직 역시 적극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CGV는 1·4분기 연결 기준 매출 2,433억원, 영업손실 71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5월 14일 발표한 ‘4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4월 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37만 명 92.7% 급감한 97만 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소비자가 극장을 택하는 대신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를 선택하면서 영화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적 부진 시달린 CJ ENM도 구설수=지난해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으로 방송사 신뢰도에 금이 간 CJ ENM은 올해 코로나19로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미 입사 5년 차 미만의 ‘주니어’급 직원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회사 내 분위기는 어수선한다. CJ 관계자에 따르면 CJ ENM은 올해 2월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조조정 사전 작업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영진단은 급변하는 대회환경에 대비하려는 목적의 사업점검이지 인력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CJ ENM의 위기는 내부적으론 콘텐츠 부진, 외부적으로는 광고 수익 감소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CJ ENM 관계자는 “현재 만족할만한 프로그램 기획안이 나오지 않아 차기 후속작 준비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시세끼 어촌편 등 일부를 제외하면 시청률도 저조해 내부적으로 아이디어 공모 등을 받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CJ ENM의 대표 먹거리였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맥이 투표 조작사건으로 끊긴 이후 이를 대체할만한 아이템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광고 시장의 위축도 CJ ENM 실적 부진의 큰 요인. CJ ENM은 올해 1·4분기에만 매출 6%, 감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50%를 기록했다. 2·4분기 역시 어닝쇼크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30%까지 인력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장기간 진급누락자는 물론 전 사원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돈다”고 밝혔다. 다만 CJ ENM이 티빙 등 OTT 실적이 좋고 회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진행되더라도 소폭일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계열사로 확산될까…그룹도 시기 두고 고심=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로 구조조정 분위기가 확산될지도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말 CJ지주 인력 440명 중 절반 가량을 지주사에서 계열사로 재배치했는데, 이들 재배치한 인력을 대상으로 역량을 점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CJ 계열사의 부장급 직원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구조조정 역시 추동을 얻지 못 해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시기가 늦춰져 정기인사에서 조직개편과 함께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어려움은 배가되지 않지만 직격탄을 맞은 항공, 호텔 업계에서도 본격적으로 꺼내지 않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계열사로 확대 여부나 시기 등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아 실제 실행 여부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박형윤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