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28년 동안 매주 수요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리던 수요시위가 장소를 옮기게 됐다. 보수단체가 먼저 집회신고를 하고 시위 위치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보수단체인 자유연대는 이달 23일 자정부터 7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신고를 했다. 최근 자유연대는 관할인 종로경찰서 인근에 상주하면서 매일 자정 집회신고를 하고 있다. 집회신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의기억연대는 24일에는 원래 장소 대신 남서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 무대를 만들고 시위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연대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퇴할 때까지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신고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정의연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시민들이 두 집회를 보고 과연 누가 상식이 있는 자들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자유연대가 밤을 새워가며 집회신고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 우선 등록을 할 여력이 없다”며 “자유연대의 선량한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시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한국 사회가 30년 전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두 단체 간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두 집회 사이에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식으로 현장을 통제할 계획이다. 수요시위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는 당분간 소녀상 양쪽 옆 공간에서 정의연과 자유연대 등이 각각 집회를 여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요시위가 시위장소를 바꾼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수요시위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 30여명이 일본 대사관에서 개최한 집회가 시작이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를 개최하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면 28년간 매주 수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