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연장을 허용하는 개헌안이 통과되면 오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TV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헌법이 개정되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고 보자. 조금 더 있으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헌안 통과 시 올해 68세인 푸틴은 5기 집권을 위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돼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맡을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만일 이 일(헌법 개정)이 없으면 약 2년 뒤에는 여러 권력기관에서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하는 대신 잠재 후계자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은 일할 때지 후계자를 찾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개헌을 통해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국정공백을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권력을 승계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행사를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상공을 비행하던 Su-25 돌격기가 행사 리허설 도중 러시아 국기 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수놓고 있다./AFP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당초 지난 4월22일로 예정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했던 개헌투표를 다음달 1일 실시한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선관위원회는 유권자들이 한날 한꺼번에 투표장에 몰릴 경우 바이러스 전염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달 25일부터 미리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했다. 개헌안의 핵심은 대통령과 의회·사법부·지방정부 간 권력분산이다.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규정도 포함됐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도 담아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뒀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