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표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 /FIFA
첼시 시절의 모하메드 살라. /UEFA
“살라가 골 잔치를 벌이면 나도 기꺼이 무슬림(이슬람 교도)이 되리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는 이런 가사의 응원가를 들을 수 있다. 이집트 출신 윙포워드 모하메드 살라(28·리버풀)를 위한 응원가다.
지난 2017년 8월 살라가 리버풀에 입단한 후 축구계에는 ‘살라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축구장 안팎에서 살라의 영입 효과는 뚜렷했다. 리버풀은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고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과 올 시즌 UEFA 슈퍼컵도 들었다. EPL 우승도 따놓은 당상이다.
리버풀 연고지인 머지사이드 지역에서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살라의 공이 컸다. 지난해 스탠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살라 입단 후 약 2년간 무슬림 대상 범죄율은 그 이전과 비교해 18.9% 감소했다. 살라는 어릴 적 집에 든 도둑에게 오히려 돈을 쥐어 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주자고 아버지를 설득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스물한 살에 평범한 여성과 결혼해 두 딸을 둔 그는 고향의 450가구에 매달 지원금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집트가 어려울 때 정부에 3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살라는 ‘이집트 메시’ ‘이집트 왕 파라오’로 불린다.
자국 무대가 좁아 스무 살에 유럽(스위스 바젤)으로 건너간 ‘이집트 메시’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바젤 시절 챔스 첼시전 2골로 눈도장을 찍으며 2014년 1월 EPL에 진출했지만 험난한 주전 경쟁 끝에 첼시에서 남긴 출전 기록은 1년간 총 19경기(2골)가 전부였다. 살라를 벤치에 묶어뒀던 조제 모리뉴 감독(현 토트넘 감독)의 안목이 잘못된 것인지, 살라의 기량이 만개하기 전이었다고 봐야 하는 것인지는 물론 알 수 없다.
임대 이적생 신분으로 전락한 살라는 이탈리아에서 단단하게 벼려졌다. 세리에A 피오렌티나를 거쳐 AS로마로 완전 이적한 2016~2017시즌에 리그 15골 13도움을 올린 것이다.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되돌린 살라는 2년여 만인 2017년 여름에 다시 바다를 건넌다. 더 화려할 수 없는 EPL 귀환이었다. 리버풀이 살라를 품으며 로마에 지불한 돈은 당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3,690만파운드(약 532억원)였다. 첼시 시절 보여준 게 없다는 이유로 거품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오히려 헐값이었다.
리버풀 첫 시즌의 리그 32골 기록은 EPL이 38경기 체제를 도입한 후 최다 득점이다. 17개 팀을 상대로 골 맛을 보고 도움도 10개를 보탠 살라는 2017~2018시즌 잉글랜드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첫 시즌 총 51경기 44골 등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총 144경기 91골 37도움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오른쪽 윙어로 발돋움한 그의 시장가치(예상 몸값)는 3년 전 이적료와 비교해 3배가 뛰었다. 1억2,000만유로(약 1,626억원·트랜스퍼마르크트 평가)로 전 세계 4위다.
28년 만에 이집트에 월드컵 본선 티켓(2018러시아)을 안기고 지난해 결승전 선제골로 리버풀에 챔스 우승컵을 선물한 살라. 올 시즌도 26경기 16골로 선두와 3골 차의 공동 3위인 그는 지난 시즌 공동 득점왕에 이어 세 시즌 연속 득점왕마저 넘보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