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억원대 환매중단 위기에 몰린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자금의 대부분이 특정인과 관련 있는 대부업체 최소 4곳의 사모채권에 투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펀드들은 당초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하며 개인 및 기관 투자가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인이 대주주인 대부업체들에 자금이 집중적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해당 운용사와 대부업체 대표 간 유착관계 및 불법운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펀드’들이 투자한 사모사채는 대부업자 L씨가 대표로 있는 D대부업체를 비롯해 L씨와 관련 있는 업체 4곳에서 발행한 채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씨가 대표로 있는 D업체를 비롯해 L씨가 실소유주인 여러 대부업체의 사모채권에 투자했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곳만 4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약 4,500억원의 미상환 펀드 자금 중 약 90% 안팎의 자금이 L씨와 관련 있는 회사의 채권 매입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에서 이뤄진 금융감독원 현장실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이 확인한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펀드 시리즈의 투자내역서에는 당초 펀드제안서나 그동안 판매사에 제시했던 펀드자산내역서와는 달리 중소 대부업체의 사모채권들이 포함돼 있었다.
D업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해 6~7월 409억원의 사채를 금리 4.5~4.6%에 발행해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펀드 1·3·8호에 넘겼다. NH투자증권에서 판매된 해당 펀드는 모두 정상 환매됐으나 이후 다시 채권이 발행돼 이후에 설정된 펀드에 편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상환에 맞춰 신규로 들어오는 자금을 활용해 기존 펀드수익을 맞추고 환매하는 등 ‘펀드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업체는 2016년에 설립된 대부업체로 L씨가 주식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씨는 D업체 외에도 타 대부업체, 부동산시행사 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옵티머스자산운용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이들 업체로 흘러 들어갔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자금을 끌어모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실제로는 2년여간 펀드 투자금을 한 대부업체 대표에게 몰아주기 한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사실상 판매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한 문서가 대부분 위조된 상황에서 특정 개인에게 자금이 집중 투입된 것으로 보여 해당 대부업체 대표와 운용사 간 관계가 이번 사태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만기가 남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다른 펀드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운용사가 처음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며 판매사와 고객에게 제공하는 문서를 위·변조한 만큼 남은 펀드의 환매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26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트러스트전문투자형 제4호 펀드와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27·28호 펀드의 만기가 도래한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12월23일과 26일에 설정됐으며 잔액은 각각 100억원 이상이다. 다시 환매중단이 이뤄진다면 전체 피해 규모는 7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만기가 올해 7~8월인 펀드가 아직 남아 있으며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167억원 규모의 ‘옵티머스 헤르메스 1호 펀드’도 이달 만기가 유예된 만큼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규모는 설정잔액 기준 5,500억원으로 문제가 된 펀드는 54호까지 설정됐다. 이 중 트러스트전문투자형 제4호와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27·28호 역시 NH투자증권이 대부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체 옵티머스 펀드 중 NH투자증권 판매액은 4,700억원이다.
/서지혜·이혜진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