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공유지분으로 쪼개팔린 경기도 임야를 빨간 구역으로 표시한 내역./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공유지분으로 쪼개팔린 경기도 임야를 빨간 구역으로 표시한 내역./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경기도가 기획부동산이 임야를 공유지분으로 쪼개 파는 행위를 막기 위해 여의도(2.9㎢)의 70배에 달하는 임야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을 타깃으로 하여 토지거래허가구역 대거 지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의도 70배 임야, 허가구역 지정 추진
이는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임야를 싼 값에 사들인 후 주변의 개발 호재를 거론하며 공유지분으로 비싸게 판매하는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임야에서는 기획부동산이 공유지분을 쪼개 파는 게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승인받지 않고 사용하거나 목적 외로 이용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거나 매입 당시 개별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기획부동산, 경기 임야 지분 2년새 1.8조 팔아
실제로 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의 거래로 확인된 임야 지분은 2018년 9,043억원, 2019년 9,148억원으로 2년 간 1조8,191억원에 달했다. 건수로는 2018년 3만6,030건, 2019년에는 4만2,192건을 기록했다.
이를 지난 2년 간 경기도 전체 임야 지분 거래 규모와 비교하면 거래액으로는 47.5%, 건수로는 93.5%에 육박한다. 즉 기획부동산이 금액 기준으로도 전체 거래의 절반을 일으킨 것이다.
판매 면적으로 따져보면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11.8㎢, 11.4㎢로 2년 간 23.2㎢이다. 이는 여의도면적의 8배이며, 서울 종로구 면적(24㎢)과 비슷하다.
시흥장현·판교대장, 지분 판매 임야로 포위
시흥 장현지구 인근에서 공유지분으로 판매된 임야./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시흥 장현지구 인근에서 공유지분으로 판매된 임야./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미니 판교’로 불리는 판교 대장지구 인근도 기획부동산의 먹이감이 된 모양이다. 실제로 대장지구 좌우로 지구 면적에 준하는 임야가 팔려나갔다.
판교 대장지구 인근에서 공유지분으로 판매된 임야./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판교 대장지구 인근에서 공유지분으로 판매된 임야./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근교 중에서는 팔당호 두물머리 인근 판매 면적이 눈에 띈다. 기획부동산이 팔당호 왼쪽에선 용마산을, 오른쪽에선 해협산을 공유지분으로 팔았다. 산업단지 내 임야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반월국가산업단지와 경인도금협동화단지 내 야산도 각각 공유지분으로 쪼개 팔렸다.
팔당호와 두물머리 인근에서 공유지분으로 판매된 임야./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반월공단 인근에서 공유지분으로 판매된 임야./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
이재명, 13개월만에 특단 조치
지난해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획부동산 조사에 착수하면서 도민들에게 제보를 부탁하고 있다./네이버블로그
이 지사는 글에서 “마치 대단한 개발호재가 있는 듯한 허위 광고로 투자자를 유혹해 이익을 취하는 ‘기획부동산’이 기승”이라며 “조사 결과 올해만 성남, 의정부, 용인, 시흥, 평택, 파주, 연천 등에서 이런 거래가 집중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어 “‘규칙 지켜서 손해 보지 않고 규칙 어겨서 이익 볼 수 없는 공정한 세상’, 제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라며 “타인에 해 끼치는 교묘한 눈속임, 경기도에서는 절대 안 통하게 만들겠다”고 썼다.
나머지 지역엔 '핀셋' 지정 이어간다
또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주의보’를 전국 최초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자체 개발한 ‘기획부동산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다. 기획부동산 활동을 미리 탐지해 토지를 매수한 때는 ‘주의’, 판매를 시작한 때는 ‘위험’ 안내를 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경기도는 기획부동산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도도 허가구역 지정 나설까
실제로 전체 토지 거래 대비 지분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경기의 경우 지난 2009년에는 지분 거래 비중이 30.3%(11만224건 중 3만,3,396건)였지만 지난해에는 53.3%(15만848건 중 8만403건)까지 늘었다. 경기를 제외한 전국 토지의 지분 거래 비중은 2009년 16.4%(50만8,496건 중 8만3,210건)에서 2019년 22.4%(43만7,865건 중 9만8,224건)로 역시 점차 늘었다. 지자체별로 따져보면 지난해 기준 세종이 65.3%(7,998건 중 5,226건)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경기(53.3%), 서울(48.1%), 울산(43.3%), 인천(41.9%) 순이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데이터로 유추해 봤을 때 세종시와 충남권 등 다른 시·도에서도 공유지분 기획부동산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획부동산이 경기도 토지만 파는 게 아닌 만큼 다른 시·도도 경기도 조치를 참고해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