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 임원들이 최근 진행한 전환사채(CB) 공모에 대부분 참여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비교적 좋은 조건임에도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아 행여나 미달될까 이용배 사장 등 대부분의 임원이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 위해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 임원 20명은 이번 제30회 CB 공모청약에 참여해 총 1만5,562주를 받았다. 주당 9,750원으로 총금액은 1억5,172만9,500원이다.
당시 청약 경쟁률이 47.72대1을 기록했던 만큼 청약 증거금으로 임원들은 총 72억4,000만여원을 넣은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일부 임원이 기존 주주였던 만큼 주주 공모에 참여한 임원 등을 고려하면 증거금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임원별로는 이 사장이 1,612주를 취득했는데 증거금으로는 7억5,000만여원을 넣었다. 김두홍 재경본부장(전무)도 645주를 취득했다. 이 사장과 김 전무는 이번 CB를 통해 현대로템 주식을 신규로 취득하게 됐다. 가장 많은 주식을 취득한 사람은 안경수 방산사업본부장(상무)으로 1,819주를 취득했고, 이대성 국내사업실장(상무) 역시 1,000주 이상(1,081주)을 받았다. 다만 임원들이 신규로 취득한 지분율은 0.01% 수준으로 미미하다.
당초 11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CB 청약에서는 2,470억원 중 745억원만 주인을 찾았다. 현대로템 지분 43.36%를 보유한 대주주 현대차는 1,040억원의 CB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청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의 일반인 대상 공모가 제대로 진행될까’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12~15일 진행한 CB 일반청약은 1,755억원 모집에 총 7조8,986억원이 몰렸다. 현대로템 주가는 1만3,500원(15일 기준)으로 전환가액(9,750원)보다 39% 높았다. 배정을 받기만 하면 무조건 이익이 나는 상황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현대로템이 대북 테마주로 엮이면서 최근 주가 상승세까지 더해져 주식을 받은 투자자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현대로템의 임원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CB를 취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사장과 김 전무를 비롯해 6명은 신규로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사 임원들이 단체로 CB 공모에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로템의 임원은 24명(사외이사 제외)으로 83%가 이번 공모에 참여했다. 대주주가 불참한 청약이 일반 공모마저 미달되면 기업 이미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너무 양호해 미달을 걱정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우연인지 현대로템은 2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급행열차 40량을 추가 수주했다고 밝혔다. 총 1,192억원 규모다. 이날 현대로템의 주가는 전날 대비 소폭 상승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이 이례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은 만큼 앞으로 실적도 개선세에 접어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책임경영 차원에서 CB가 아닌 일반 주식을 장내 취득했다면 투자자들에게 더 긍정적인 신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내부 관계자들이 조건이 양호한 CB 청약에 참여해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 자칫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취득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다만 취득 금액이 많지 않아 책임경영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도원·김민석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