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법무부·검찰 사이 ‘협력’을 주문했으나 양측 관계를 바라보는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날 제 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권 수사’라는 공통의 목표가 제시되기는 했으나 양측 사이 갈등이 봉합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갈등의 불씨가 됐던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관련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 감찰 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고위직 검사 인사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 등도 앞으로 법무부·검찰 사이 갈등의 다시 깊어질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며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돼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동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까지 양측이 손을 맞잡으라는 직·간접적 요구로 풀이된다. 양측이 최근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 감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선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법무부·검찰 사이 갈등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전 총리 불법 정치 자금 사건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추 장관은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행화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날 한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관련 제보자에 대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며 지휘권도 발동했다. 대검이 ‘징계 시효가 지났다’며 감찰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긋자 ‘직접 조사’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아울러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윤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등 압박에도 나섰다. 다만 대검이 21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양측 갈등은 다소 소강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대검 측은 “검찰총장이 대검 인권부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의 현 상황이 이른바 ‘종전’이 아닌 ‘휴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 감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추 장관 지휘권 발동에 따라 제보자(진정인)에 대한 조사는 대검 감찰부가 맡을 수 있으나 그 과정이나 앞으로 나올 결과에 따라 양측 갈등은 한층 깊어질 수 있다. 과정상 시시비비는 물론 조사 결과를 둔 법적 해석 및 조치를 두고도 법무부·검찰이 재차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검찰은 다음달 중 고위직 검사 인사도 예정돼 있다. 추 장관이 줄곧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일해온 인재들을 발탁하겠다”고 밝혀왔던 터라 이는 특수통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사단’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법무부·검찰 사이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반부패부 폐지, 인지 수사부서 및 인력 축소 등 조직 개편에 대한 각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들이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아닌 현실화될 경우에는 법무부와 검찰 사이 갈등이 다시금 재현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도 침묵을 지키는 것도 앞으로 있을 더 큰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조차 나오고 있다”며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 감찰이 양측 분쟁의 불씨였다면, 앞으로 있을 고위직 검사 인사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은 갈등의 불길을 커지게 할 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