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더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2일 윤 총장 문제를 두고 비슷한 취지의 함구령을 내린 이후 두 번째다.
23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내에서 불붙은 ‘윤석열 사퇴론’에 선을 그으며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처럼 비춰져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되도록 윤 총장의 이름도 언급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검찰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차원에서 공식 기구와 절차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내에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면 자칫 이 문제가 진영 간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압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지나치게 언급하면 후폭풍을 부를 수 있으니 언급을 자제하라는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여권에서 ‘윤석열 사퇴론’이 강하게 분출하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윤 총장의 재신임을 분명히 밝히든 어떤 조치를 취하든 둘 중 하나를 해야한다”고 촉구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윤 총장 탄압 금지 및 추미애 장관의 공정한 직무수행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가 ‘함구령’을 내리기 직전 민주당 내에서는 윤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한 증언 강요 의혹 조사를 대검찰청 감찰부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자, 윤 총장이 해당 사건을 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윤 총장의 지시는 일견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검 감찰부장의 역할이 축소되도록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고, 김용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부에 조사의 총괄을 맡기겠다는 것은 검찰총장의 월권행위”라며 “윤석열 총장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어떻게든 봐주기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에 이 대표가 입단속을 지시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나는 김용민 의원의 견해에는 반대하지만, 누가 그 의견을 말할 자유를 억압한다면 나는 김용민 의원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이 대표의 ‘함구령’을 비판했다.
그는 “이해찬 대표는 함구령을 풀라”며 “당 서열 1위의 말에 의원들 입이 열었다 닫혔다 하게, 전체주의 정당이냐”고 반문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