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이들 확진자와 접촉한 국내 하역노동자가 상당수여서 2차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23일 코로나19 대응 온라인 일일상황보고를 통해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아이스 스트림호(3,933t) 승선원 21명 중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16명과 접촉한 사람은 92명으로 파악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부산항운노조 조합원과 도선사, 수리공, 하역업체 근로자 등이다.

시는 스트림호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집단 감염이 일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배의 환경 오염됐을 것으로 보고 승선한 작업자 등을 모두 접촉자로 분류했다. 이들 접촉자는 현재 자가격리 중이며 시는 24일까지 전수 검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이 선박은 부산항에 하역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어왔지만 스트림호 옆에 정박한 동일 선사의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아이스 크리스탈호(3,970t)호 선원과 왕래가 없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는 크리스탈호 선원 21명에 대한 검사를 이날 안으로 마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이 선박에서 작업한 항운노동자 63명을 자율 격리 조치했다”며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스티림호 선원 16명은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는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의 검사 비용과 입원 치료비 등은 국제관례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스트림호 선원 확진자를 제외한 나머지 선원 5명은 음성 판정을 받고 해당 선박에서 머무르고 있다. 입항 당시 하선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시는 이들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재검사를 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항만 확진자 발생은 질병관리본부 산하 검역소 업무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부터 이송까지 검역소에서 하게 되며 시는 입원 병상을 지원한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확진자가 많기 때문에 시나 서구 보건소 등에서 지원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시는 현재 시 역학조사 인력을 지원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는 선박을 통한 감염을 대비해 중앙정부에서 항만 검역 강화나 인력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림호는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출발해 21일 오전 8시 부산항으로 입항한 이후 22일 오전까지 감천항에서 화물 하역작업 중이었다. 22일 오전 10시 ‘러시아 현지에서 하선한 선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선원 10명이 선장과 접촉했다’는 러시아 선주의 통보가 부산항만공사로 전달되자 오전 11시께 하역을 중단했다. 검사는 같은 날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했으며 선원 21명의 검체를 채취한 결과 이 중 1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스트림호는 부산항 입항 당시 검역 당국에 발열 증상으로 하선한 선장에 대한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림호는 당시 전자검역을 통해 입항했다. 건강상태질문서 등에 사실 여부에 대한 간단한 표시만 하고 온라인 상으로 검역을 마치는 방식으로 검역관이 배에 타지 않는다. 선원들이 부산항에 하선하지 않고 물류만 내린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가능한 검역으로 서류에만 의존하는 전자 검역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일주일 전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하선한 선장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항만 근로자 등은 부산항에 정박한 스트림호에 올라 하역작업을 했다. 작업 당시에는 항만 근로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근로자들은 냉동 수산물을 싣고 다니는 선박의 냉동실에서 작업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입김으로 인한 습기가 얼어붙기 때문에 도저히 마스크를 쓸 수 없는 환경이라 말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항만당국에 러시아 국적 선박의 이동을 금지하고 선원 승·하선과 하역작업을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해외입국자 2명이 추가 확진됐다. 카자흐스탄에서 입국한 53세 남성(부산 148번)과 파키스탄에서 입국한 35세 남성(149번)이다. 시는 이들에 대한 항공편과 상세 동선, 접촉자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