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칼럼] 디지털세 대응 필요하다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
디지털기업 외 제조업체도 도입땐
우리기업 외국에 납부액 커질수도
미국과 무역마찰 등 고려 대책수립을




상품분야 통상분쟁이 디지털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GAFA로 불리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계 디지털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기 마련이지만, 디지털세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반응은 심각하다. 미국은 디지털세를 부과하고 있거나 검토중인 국가들에게 통상법 301조를 적용해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세 논란은 2013년 유럽연합(EU)에서 시작되었고, 2015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디지털경제 시대에 맞는 국제적 조세체계를 강구하기로 했다.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디지털경제에 대한 과세는 선진국이나 개도국 모두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상과 같이 EU에서의 논의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의 투자가 많은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가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체인 EU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자, EU는 논의를 중단하고 OECD에게 공을 넘겼다. 하지만 독자적인 무역보복 카드를 내뺀 미국은 최근 OECD 디지털세 논의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디지털세 국제규범화 자체가 막혔다.


미국과 디지털세 부과 국가 모두 할 말은 있다. 미국 기업들은 현 각국의 조세체계를 활용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지역에 서버와 고정사업장을 설치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전세계적으로 제공하면서 다른 국가의 인터넷망을 무료로 사용하고,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기록하면서 낮은 세금을 내기 위해 고의로 낮은 세금 국가에 세무신고를 한다는 것이 반대논리이다. 아무리 인터넷 기반 디지털 기업이지만 수익 창출 국가에 사무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글 한국 사무소가 있고 마케팅 활동을 하지만 세무적 연관성이 없도록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현 제도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절세하고 있지만 돈을 번 국가와 세금 납부하는 국가가 다르기에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구글과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8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 비즈니스의 특성상 순수익률은 제조업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새로운 조세수입원을 찾고 있는 각국 정부로서는 눈독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기존 각국의 조세체계를 바탕으로 절세 방법을 택한 기업들을 탓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제적 규범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지난해 7월 프랑스가 매출액이 일정 규모(글로벌 7억5,000만 유로, 국내 2만5,000만 유로) 이상인 기업에 대해 디지털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은 불공정무역행위라고 비난하며 1974년 무역법상의 301조 무역제제 카드를 빼들었다. 이에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이 프랑스와 유사한 디지털세를 도입했고 유럽 밖에서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GAFA 등 글로벌 디지털기업 세금 징수 방안에 나섰다. 대체로 수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대상으로 1%(브라질)에서 7%(다수 유럽 국가)의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OECD는 올해 중에 디지털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불참 선언으로 더 이상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디지털기업 외에 제조업체에게도 디지털세가 적용되어야 함을 의견을 내면서 한국.,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의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외국 기업이 납부하는 세금보다 우리 기업이 외국에 지출하는 금액이 많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국 무역전쟁 수행을 위해 동맹국들의 협조를 구하는 미국이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는 무역보복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우리 조세당국도 디지털세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세형평 고려와 새로운 세원 확보 필요성에도 미국과의 마찰을 고려해야 하는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문제는 다른 국가의 디지털세에 우리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경제위기속에 새로운 리스크를 직면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국제적 논의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 제도 정비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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