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왕중왕전 하반기 본격화...GC녹십자·셀트리온 7월 임상 시작

GC녹십자, 혈장 공여자 195명까지 늘면서 속도
셀트리온은 햄스터 이어 원숭이 동물임상 돌입
개발 빠른 혈장치료제와 대량생산 가능한 항체치료제 주목


세계 최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혈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슬슬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로 시기적으로 보면 연내 상용화 목표인 혈장치료제가 더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혈장치료제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장단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연내 혈장치료제 출시를 목표로 다음달 임상에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완치자의 혈장을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활발한 홍보 덕에 최근 들어서는 혈장이 속속 모이고 있다. 현재까지 확보된 혈장 공여자는 195명. 이에 더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이 최근 집단 혈장 공여에 나서기로 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신도는 4,000여명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천지 측으로부터 공여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고 일단은 협의 중”이라면서도 “회사 입장에서는 특별히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임상 1상 시험 없이 다음달부터 바로 2상 또는 3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상부터 진행할지 또는 3상부터 진행할지 여부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협의 중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함께 주목 받고 있는 셀트리온은 올해 임상을 마치고 내년 1·4분기 허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햄스터에 이어 원숭이를 대상으로 동물임상에 돌입했으며 다음달 16일부터는 인체 임상을 시작한다.


셀트리온은 내년 상반기 500만명 분량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국내에는 100만명 분량을 공급하고, 나머지 400만명 분량은 해외에 제공할 계획이다.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는 모두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출발하지만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거한 성분(혈장)을 고농도로 농축해 만드는 방식인 반면 항체치료제는 혈액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만 따로 분리해 치료제로 이용한다. 혈장치료제는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해 온 만큼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GC녹십자가 셀트리온과 달리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1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2·3상에 돌입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혈장치료제의 장점이 빠른 개발속도라면 항체치료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혈장치료제는 하나를 만드는데 평균적으로 2~3명의 혈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보통 치료제가 시급한 중증환자와 의료진 같은 고위험군 예방을 목적으로 쓰인다. 반면 항체치료제는 항체를 배양시켜 치료제를 만들기 때문에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혈장치료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완치자의 혈장을 모아서 만드는 방식인 반면 항체치료제는 필요한 성분을 좀 더 선별하고 가공해 항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원가 공급을, GC녹십자는 무상공급을 선언한 것도 다른 점이다.

이밖에도 국내에선 다른 질환 치료제로 이미 쓰이거나 개발 과정에 있는 약물의 용도를 변경하는 ‘약물 재창출’도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이 방식은 이미 어느정도 검증된 약물을 활용하는 만큼 임상시험 개발 과정을 일부 단축하고 빨리 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13건 모두가 이 방식이다. 이 중에서도 SK케미칼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판권을 얻은 천식치료제 시클레소니드, 부광약품이 자체 개발한 B형간염 치료제 클레부딘, 영풍제약이 개발한 뇌경색 치료제 이펜프로딜 등은 연내 임상시험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부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속속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면서 “‘1호 치료제’ 타이틀을 누가 얻게 될지 모두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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