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채 진료를 거부하며 간호사에게 욕을 하고 난동을 부린 4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했다. 환자 본인도 응급환자의 구조·이송·응급처치 및 진료를 방해한 사람에 대해 처벌할 것을 규정한 현행 응급의료법 조항의 적용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42)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응급의료법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안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서 진료를 거부하고 간호사를 밀치며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술에 취한 채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질 진료를 받던 중 욕설과 함께 큰 소리로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 중이던 간호사에게 삿대질하고 손으로 밀치는 등 약 한 시간 동안 난동을 피웠다.
검찰은 최씨를 형법상 업무방해가 아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행법상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시설을 파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씨는 본인에 대한 진료를 거부한 건 자기결정권에 따른 것으로 응급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1·2심 재판부 모두 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사정과 관련 규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한 주체가 될 수 있다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