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연합뉴스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는 저도 다 써봐야 알겠습니다. 여름이 지나 완성이 되었을 땐 다만, 삶의 낯섦이나 고통들과 일생을 대면하면서도 매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익명의 아버지들의 시간들이 불러내졌기를 바라봅니다.”
표절 파문 이후 오랜 침묵의 시간을 보낸 신경숙 작가가 23일부터 웹 연재 형식으로 장편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나’와 ‘글’을 통해 풀어낸 작품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창비 웹진)’에 연재 된다.
신 작가 특유의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소설은 엄마가 입원하자 J시에서 홀로 지내게 된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주인공인 ‘나’가 열차에 오르묜서 시작된다. 소설 속 아버지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한국의 아버지와는 사뭇 다르다. “고통과 대면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사람이지만 가부장적인 모습이 전혀 없다.
신 작가는 소설 연재를 시작하면서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신 작가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아버지는 (아버지가 들으시면 언짢으실 것 같은데) 아픈 손가락”이라며 “거꾸로 돼도 한참 거꾸로이고 오만하고 건방지기까지 한 말일 수도 있는데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도 잘 파악할 수 없는 보호본능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어 신 작가는 “그래서 늘 아버지 편이었다”며 “만약 아버지가 목소리가 크고 타인에게 힘이 센 분으로 여겨졌다면 그 곁에서 도망치려 했겠으나 제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작가는 “나의 아버지께 이 작품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고 말하고 싶으나 사실은 오그라든 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저는 슬픔과 모순을 심연에 품고 나아가야 하는 허망하고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신 작가는 소설을 반쯤 썼다고 했다. 창비는 “신 작가의 소설 연재가 가을에 끝날 것”이라며 “이후 퇴고를 거쳐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 작가는 지난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표절 의혹을 부인했지만, 결국 해당 작품을 냈던 창비가 대표 명의 사과문을 발표했고, 신 작가는 활동을 중단했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