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있잖아]‘마스킹 되어’→‘가려진 상태로’

②은행 용어

‘은행원은 친절한데, 은행 언어는 불친절하다.’

은행 고객들이 종종 드러내는 불만 중 하나다. 실제 은행에서 서류를 들여다 보면 우리 말 같기는 한 데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수두룩하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가 많은데다, 최근 몇 년 새 핀테크 열풍 속에 금융공학자들이 쓸 법한 표현도 늘어서다.


이에 은행들도 불친절한 용어 퇴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쉬운 대체 용어 찾기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고객 언어’ 찾기가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작년 말부터 자체 글쓰기 원칙을 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언어순화 교육을 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앞장서 찾아 현장에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먼저 어려운 외국어와 외래어는 우리 말로 다듬었다. ‘고객 정보의 일부가 마스킹 되어 조회됩니다’는 ‘고객 정보의 일부가 가려진 상태로 조회됩니다’로 대체했고, ‘경품은 LMS로 발송됩니다’ 라는 문구 대신 ‘경품은 문자 메시지로 발송됩니다’를 사용한다. 무심결에 사용하는 ‘헬프(help)’는 도움말 또는 도움으로, ‘니즈(needs)’는 ‘필요’로 바꿨다.

한자어로 된 행정용어도 쉬운 우리 말로 하나하나 바꾸고 있다. ‘익일, 익월, 익영업일, 익년’은 각각 ‘다음 날, 다음 달 다음 영업일, 다음 해’로 표현한다. ‘고지’는 ‘안내’, ‘인자’는 ‘표기’, ‘절사’와 ‘절상’은 ‘끊어 버림’과 ‘올림’으로 대체했다. ‘견양’, ‘계약응당일’ 같은 어려운 한자어는 ‘보기’, ‘계약해당일’ 등으로 쉽고 명확하게 바꿨다. 이는 국립국어원에서 2018년에 정한 필수 개선 행정 용어들로, 기업이 솔선해 현장에서 적극 사용해야 일반 국민들의 실생활에 빨리 스며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