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에 ‘원격 진료’ 허용

정부, 규제 샌드박스 8건 승인
인하대·서울성모·아산병원 3곳
전화 등 통해 상담·처방 가능해져
국내 ‘비대면 진료’ 물꼬 틀지 주목

성윤모(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의료계 반발에 막혔던 원격 진료가 본격적으로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25일 올해 제2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총 8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인하대병원과 비대면 진료 관련 국내 온라인 플랫폼 업체 라이프시맨틱스가 각각 신청한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 2건에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샌드박스 지원 민간 기구인 대한상의의 1호 과제다. 이에 따라 재외국민이 온라인 플랫폼에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의료진이 전화 또는 화상 등을 통해 의료 상담과 진료 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진이 판단해 처방전 발급도 가능해진다. 해외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하거나 국내에서 대리인이 처방 약을 수령해 국제우편으로 환자에게 발송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임시허가를 얻은 인하대병원을 포함해 라이프시맨틱스 협력 의료기관인 분당 서울대병원, 서울 성모병원, 서울 아산병원 등 3개 병원 역시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들은 앞으로 임시허가 기간인 2년 동안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


또 소아마비, 뇌졸중 환자의 ‘홈 재활’을 돕는 스마트 글러브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는 단순 모니터링과 내원 안내까지만 가능했지만 심의위는 실증특례를 통해 최초 처방 범위 내의 비대면 상담과 조언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임시허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필요성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원격 진료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은 물론 처방 역시 부분적으로 이뤄져왔지만,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가 대면하지 않은 진료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국내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재외국민에게까지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만 적용되므로 국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로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비대면 진료 수요가 컸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측은 “중동 국가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자국민 우선으로 진료가 이뤄져 재외국민의 진료권 보장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이날 현대자동차가 신청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에 대한 임시허가를 승인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무선 업데이트를 점검·정비 작업으로 분류하고 등록된 정비 사업장에서만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번 승인으로 굳이 정비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수의 미용사가 각자 영업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1개의 미용실을 공유해 영업할 수 있는 공유미용실 서비스 등 역시 정부 승인을 받았다. /세종=조양준기자·임진혁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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