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미국 A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 ‘환생한 에디슨’이라 불리던 발명가 딘 케이멘이 출연했다. 케이멘은 자신이 개발한 ‘세그웨이(Segway)’를 직접 방송에서 시연했다. ‘부드럽게 넘어가다’라는 뜻의 segue를 따서 이름을 붙인 세그웨이는 바퀴 두 개가 달린 T자 모양의 1인용 전동스쿠터였다. 요즘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전동 휠, 전동 킥보드의 원조 격이다. 어떤 제품인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케이멘은 “세계 최초의 1인 이동수단”이라며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그웨이는 전기 배터리가 동력이어서 매연 없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한번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대 6시간 동안 최고시속 20㎞로 달릴 수 있다. 이듬해 제품이 본격 출시되자 유명 인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PC 발명 이후 가장 놀라운 제품”이라며 6,300만달러 투자를 제안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도 “혁명적인 제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전설의 투자자’로 손꼽히는 존 도어 역시 “인터넷보다 중요한 발명”이라며 8억달러를 투자했다.
든든한 지원군까지 등에 업은 세그웨이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초기에는 경찰과 대학 경비원 순찰용, 여행객 이동수단으로 제법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대당 5,000~1만달러에 달하는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취미용으로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주문이 늘지 않았다. 40㎏에 달하는 무게와 쉽지 않은 조작법 때문에 사고가 잇따른 것도 악재였다. 결국 2015년 중국 샤오미의 자회사인 나인봇에 경영권이 넘어갔으나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나인봇은 1,000달러 미만의 저가형을 내놓는 등 반전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 판매량은 14만대에 불과하다. 전동 휠,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에 밀린 세그웨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한다. 첫 출시 20년 만인 다음 달 15일 생산을 종료한다고 CNN이 보도했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기업이나 제품이라도 혁신을 멈추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