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영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영국 시의회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한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화웨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고 영국 정부도 화웨이 사용 배제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설립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지방의회는 이날 화웨이의 R&D센터 개발 1단계 계획을 승인했다. 그간 영국에 화웨이 사용 배제를 요구해온 미국이 영국 정부에 센터 설립을 승인하지 않도록 로비를 벌였지만 케임브리지셔 지방의회는 찬성 9 대 반대 1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빅터 장 화웨이 부회장은 “영국은 활기차고 개방된 시장의 발상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센터 건립과 일자리 창출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 승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영국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작은 마을인 사우스케임브리지셔가 수백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화웨이의 공언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화웨이는 향후 5년간 총 12억5,000만달러(1조4,989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을 의식한 듯 화웨이는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거론한 5세대(5G) 장비가 아닌 광섬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이용하는 광학장비 생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화웨이 R&D센터 승인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미 국무부는 FT에 “중국 정부에 종속된 화웨이 같은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며 “특히 영국 같은 동맹국은 화웨이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속임수 등을 써서 지식재산을 획득하려는 중국의 전략으로 미국과 영국의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센터 설립이 시의회 고유의 권한인 만큼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허용 결정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R&D센터의 운명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5G 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해 비핵심 부문에서 점유율 35%를 넘지 않는 조건으로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뿐 아니라 집권당 내부에서도 화웨이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5월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추가 리스크 검토에 착수했다. 최종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