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만 자극한 6·17 대책…잠실 23억·노원 상계 6.3억 잇단 신고가

정부 실수요 위한 대책 설명
시장서는 실수요자들 더 불안
조정국면 예상하면서도
더 센 규제전 집 사자 나서
서울 전세가는 52주째 상승
대책 맞물려 전세시장 더 불안

김현미 장관이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6·17 대책’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 집값이 일시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실수요자들은 더 센 규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집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한 전문가는 “대책 이후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더 퍼졌다”며 “수요자들은 상승에 베팅을 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은 정부 대책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과 KB의 이번 주 아파트값 조사 결과를 보면 상승 폭의 차이는 있지만 더 센 규제 전에 서둘러 집 장만에 나서는 수요자들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KB 부동산 시세 통계

<감정원·KB 시세 보니>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44% 상승했다. 지난 15일 기준(0.21%)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강북구(1.24%), 노원구(0.97%), 관악구(0.69%), 영등포구(0.58%), 송파구(0.54%) 등이 높은 상승을 보였다. 6.17 대책에 대한 불안심리로 급매를 찾는 수요가 증가했고, 특히 저가 매물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 KB의 설명이다. 경기 역시 0.49% 오르며 지난주 상승폭(0.22%)보다 확대됐다. 남양주(1.21%), 오산(0.97%), 안산 상록구(0.90%), 광명(0.73%), 용인 수지구(0.73%)가 강세를 보였다. 인천(0.40%)은 연수구(0.80%), 서구(0.52%), 미추홀구(0.41%)가 상승했다.

전셋값도 상승세다. 서울은 전주대비 0.21% 상승, 지난 15일 기준(0.12%) 대비 상승 폭을 확대했다. 지역구별로 보면 성북구(0.86%)와 관악구(0.49%), 노원구(0.32%), 영등포구(0.31%), 마포구(0.28%) 순이다. 경기도 또한 같은 기간 0.24%로 상승했고, 인천(0.05%)은 소폭 상승을 보였다. 하남(1.36%), 남양주(0.68%), 평택(0.67%), 용인 기흥구(0.57%)가 상승했다. 하락한 지역은 없다.

한국감정원 시세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오름 폭만 소폭 둔화 됐을 뿐 큰 흐름은 KB와 차이가 없다. 감정원 조사를 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2%, 전세 가격은 0.14% 상승했다. 서울(0.07%→0.06%)은 상승폭이 소폭 줄었지만 수도권(0.18%→0.28%)과 지방(0.15%→0.16%)은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이번 6·17 대책에 따라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에 접경한 비규제지역인 김포가 1.88% 급등했다. 시도별로는 세종(1.55%), 대전(0.75%) 등이 급등세를 보였다.

대책 이후에도 일단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다. KB 통계를 보면 서울의 매수우위 지수는 139.1로 지난주(133.5)보다 5.6포인트 상승했다. 강북지역은 지난주(135.3)보다 상승한 140.5를 기록했고, 강남지역은 지난주 131.8에서 137.8로 더욱 상승했다. 6·17대책에 의해 매수수요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매물을 알아보려는 문의가 증가한 것이다.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88.1을 기록해 지난주(89.7)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감정원 아파트값 통계

<강남도 강북도, 김포도 신고가>

개별 단지별로 보면 잠실지역 대장 아파트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 대책 이후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왔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22일 23억원에 거래되며 전고가(22억원)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엘스 전용 84㎡ 역시 20일 전고가보다 3,000만원 비싼 22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트리지움 전용84㎡ 역시 18일 20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에 앞서 수요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것이다.

강북·노원·관악구 등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잇달았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두산위브트레지움’은 대책 이후 전용 85㎡가 전 고가보다 5,000만원 이상 뛴 8억원에 손바뀜됐다. 이달 초만 해도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미아SK북한산시티’ 84㎡도 20일 6억5,000만원에 팔렸다.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6단지’ 59㎡도 전 고가보다 3,000만원 오른 6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풍선효과는 어김없이 나왔다. 김포는 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주간 단위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주와 천안 등에서도 전 고가를 뛰어넘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김포 ‘힐스테이트리버시티’ 전용 102㎡ 분양권은 6·17대책 발표 전만 해도 매매가가 5억8,305만원이었지만 대책 이후 이보다 8,000만원이 오른 6억6,360만원에 거래됐다.


<더 불안한 전세시장>

이런 가운데 전세시장은 갈수록 불안해 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이번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52주째 상승세다. 신규 입주물량이 크게 줄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 지역에서 전세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특히 주거선호도가 높은 서초(0.19%)·강남(0.11%)·송파(0.11%)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세가 신고가 사례도 적지 않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중앙하이츠빌리지’ 전용 152㎡ 전세가격은 지난 20일 19억원에 거래되며 7개월 전 신고가 대비 3억5,000만원 상승했다. 23일 역삼동 ‘역삼자이’ 84㎡는 2년 전 신고가보다 9,000만원 높은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에서는 집주인들의 재계약 불가 통보도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분양신청을 위해 2년 이상 의무거주해야 하는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강남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은 오르지, 집주인은 나가라고 하지 세입자들만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양지윤·권혁준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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