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지난 2013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핵심 부품 시험모델 중 하나가 불과 수백만원에 고철 덩어리로 팔렸다가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지난 3월 20일 나로호 부품 폐기 품목 10개를 700만원에 고물상에 팔았다. 하지만 이 안에 나로호 핵심 부품인 ‘킥모터(Kick Motor)’가 있던 것을 나중에야 알아차리고 10일 만에 500만원에 되샀다. 자칫 외부로 유출됐다면 수백억원을 들인 자체 기술이 드러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킥모터는 2단 로켓인 나로호2단부에 장착된 소형 고체로켓이다. 위성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항우연은 나로호 개발 당시 총 15개의 킥모터를 제작한 바 있다. 이 중 고철로 판매된 뒤 다시 돌아온 킥모터는 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인증모델(QM)이다. QM은 실제 발사 때 쓰이는 비행모델(FM)처럼 제작해 실험실에서 성능을 인증할 때 사용하는 용도다. 전시를 위해 지난 2016년 항우연 대전 본원에서 나로우주센터로 가져갔지만 전시를 마친 뒤 관리 미비로 인해 고철이 돼버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관리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우연은 시제품에 대한 관리·보관·폐기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항우연은 관련 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