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페이스가 개최한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참가자들이 게시한 사진을 모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한 성소수자 축제 ‘퀴어 퍼레이드(행진)’가 온라인 속으로 옮겨갔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대표 조소담)는 지난 23일부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를 진행하고 있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픈 후 지금(24일 기준)까지 e메일 데이터 상 6만6,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꾸미고, 이를 ‘우리는없던길도만들지’ ‘온라인퀴퍼’ 등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25일 오후 7시 기준 약 2만6,000개의 관련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이용자들이 게시한 사진이 ‘피드(게시물 모음집)’를 통해 실제 행진 행렬처럼 노출되는 모습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닷페이스 측은 지난 23일 웹사이트를 오픈하며 “프라이드의 달인 6월을 ‘퀴퍼’ 없이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에 ‘온라인 퀴퍼’를 준비했다”며 “퀴어하고 멋진 캐릭터로 우리를 드러내고, 온라인 거리로 나가 행진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이키가 지난해 1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했던 ‘에어맥스 줄서기’ 캠페인 /사진제공=나이키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되는 퀴어문화축제는 서울을 비롯해 8개 지역에서 매년 여름 개최돼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12~1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하반기로 행사를 일단 연기한 상태다. 지난해 6월 개최된 서울 퀴어문화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15만명이 운집했다.
인스타그램 피드와 해시태그를 이용해 이벤트를 개최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나이키의 ‘줄서기 캠페인’이 대표적인 마케팅 활용 사례다. 나이키는 한정판 에어맥스 모델을 판매할 때 구매 희망자들이 줄을 늘어서는 모습에 착안해 ‘에어맥스줄서기’ 해시태그를 통해 개성대로 꾸민 캐릭터 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11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닷페이스 역시 나이키 줄서기 캠페인에 영감을 받아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비대면 문화를 일상화하며 이처럼 사회 이벤트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에는 게임을 이용해 가상공간 속에서 학술대회 발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게임학회(학회장 위정현)가 이날 개최한 춘계학술대회 일부 세션은 ‘VR챗’이라는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이뤄졌다.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한 참가자들은 가상 발표장에서 발표 영상을 함께 감상하고, 음성 기능을 이용해 토론을 벌였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