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나 ...골프장, 카트비·캐디피 슬그머니 인상

'코로나 특수'로 골퍼들 몰리자
카트비 8만-캐디피 12만원 실종
10만-13만원 받는 곳 크게 늘어
"서비스 향상" 불구 사실상 폭리
고용보험법 개정땐 비용 더 오를듯



강원권의 한 골프장은 올 초 카트비를 10만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터 캐디피를 13만원으로 올려받는다. 주변 골프장들이 하나둘씩 캐디피를 올리자 ‘대세’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골퍼들에게 공식과도 같았던 ‘카트비+캐디피 20만원’을 유지하는 골프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26일 한 골프장 예약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 업체와 제휴한 전국 300여개 골프장 중 카트비로 10만원을 받는 곳은 26개, 캐디피 13만원을 받는 골프장은 46개로 나타났다. 카트비 10만원에 캐디피 13만원인 곳은 21곳이다. 카트비와 캐디피를 모두 인상하지 않고 각각 8만원·12만원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장 업계가 ‘초호황’을 누리는 와중에 요금 인상이 잇따르면서 골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8만원·12만원을 받던 곳이 10만원·13만원으로 가격을 올렸다면 골퍼들은 팀당 총 3만원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4인 1팀 기준으로 보면 1인당 7,500원씩이 비싸졌다. 카트비 2만원 인상분으로 계산해보면 하루 80팀 이용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골프장은 1일 160만원, 한 달이면 거의 5,000만원을 더 벌어들이는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 등에는 “모범택시를 이용해도 10만원은 안 나올 텐데…”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받느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원가를 분석해 시정 조치해야 한다” “카트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끼워 예약을 받고 있어서 안 탈 수도 없다” 등 골퍼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골프장 업계에는 지난겨울부터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달리 눈이 적고 따뜻한 날씨 덕에 한겨울에도 손님이 몰린데다 코로나19가 확산한 후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예년 대비 매출이 줄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으로 해외 골프여행족까지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골프장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성황이다. 인기 있는 곳에 주말 예약을 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골퍼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산으로 골프장들이 은근슬쩍 요금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최근 4년 새 카트비가 9만원 이상인 골프장 수가 3배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경기 남부와 강원권 등에는 카트비로 12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골퍼 입장에서는 다 같은 부담이지만 골프장 입장에서 카트비와 캐디피 인상은 성격이 다르다. 카트비는 골프장 수익과 직결되지만 캐디피는 전액 개인사업자인 캐디에게 돌아간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운영은 매출에 한계가 있는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용직 보수 등 인건비 증가와 비료·농약값 등 코스 관리비 상승으로 비용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라며 “요금을 올리기는 올려야 하는데 그린피 인상보다는 상대적으로 고객 저항이 적은 카트비 인상을 팀당 1만원 정도씩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들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서비스 품질 향상’부터 ‘배터리 교체 작업’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배경을 카트비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대당 1,300만~1,400만원인 5인승 전동카트의 경우 7~8개월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유지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골프장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고객 편의를 강요하는 카트는 실제로는 경기 진행을 빠르게 해 이른바 ‘회전율’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크다.

캐디피는 한 곳이 인상하면 주변 골프장도 도미노처럼 가격이 올라간다. 골프장 측은 “캐디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워낙 활성화돼 있어 한 곳이 이만큼 더 준다고 하면 똑같이 올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는 설명이다. 인상 요구를 거절하면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이 빈번하다. 캐디가 부족한 채로 골프장을 운영하면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정부는 캐디 등 특수고용직도 내년부터 고용보험을 적용받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캐디도 세금을 내게 한다는 것인데 골프장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 요인이 생기기 때문에 캐디피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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