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최대 7,000억달러(약 840조원) 규모의 대출이 부실화하고 주요 은행 중 4분의1가량이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공개경고인 셈으로 최근 대출이 급증한 국내 금융사들도 침체가 길어질 경우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연준은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의 은행 자본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연준은 향후 경기회복 시나리오를 ‘V자’와 ‘U자’, 더블딥(이중침체)을 뜻하는 ‘W자’ 등 세 가지로 나눠 33개 주요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2%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7.7~9.5%로 떨어져 대출 손실이 5,000억~7,000억달러에 달한다. U자와 W자 회복국면에서는 몇몇 은행이 최소 자본규제 수준에 근접한다. 뉴욕타임스(NYT)에 의하면 미국 5대 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요구 자본수준을 약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CET1 4.5%, 기본자본(Tier1)비율 6%를 넘어야 한다.
실물위기가 금융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준은 은행에 △자사주 매입 중단 △배당 제한(이전 수준 초과 금지) △필요자본 재평가 및 자본유지계획 제출 △스트레스테스트 재실시 등을 요구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때 6.8%였던 9분기에 걸친 평균 대출 손실률이 이번 테스트에서는 8.2~10.3%까지 치솟았다. NYT는 “은행들이 금융위기 때보다는 낫지만 경기침체에 취약하다는 것을 연준이 인정했다”고 해석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이 -3.2%로 급락할 경우 대출연체로 인한 금융사의 신용손실이 44조5,000억원, 주식과 채권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발생하는 시장손실이 48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