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의 코몰강에서 사람들이 튜브를 탄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섣부른 경제 재개였나? 전 세계가 악화되는 경기 상황을 고려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자마자 경제 활동을 재개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최대 확진자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인도에 이어 유럽까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2차 대유행’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2차 봉쇄령이 작동하면 1차보다 수위가 높아질 수 밖에서 없어 오히려 섣부른 경제 재개가 경기를 더욱 위기로 몰아놓는 ‘악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60%인 30개 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통계를 자체 분석한 결과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주 등 30개 주에서 지난주 신규 환자가 그 전주보다 늘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텍사스·플로리다·애리조나·조지아·오클라호마·미시간·오하이오·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13곳에서는 증가율이 50%를 초과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전체 신규 환자가 이날 오후 6시까지 3만8,459명으로 집계되며 종전 최다인 전날의 3만8,115명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날 5,349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후 최다인 전날의 7,149명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일일 신규 환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병원의 일반 병상이나 중환자실(ICU) 점유율이 30∼40%를 넘어서면 규제 완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에서도 5,004명의 신규 환자가 나와 전체 환자가 11만4,018명으로 늘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잭슨 헬스시스템의 릴리언 애보 박사는 “우리는 경제를 다시 폐쇄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자칫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와 주 전체에 걸친 재앙적인 결과를 우려했다.
/연합뉴스
조기 경제 재개에 앞장섰던 주 중 하나인 텍사스주 이날 추가적인 경제활동 재개의 중단까지 선언했다. 현재 모든 기업체·점포가 수용 정원의 50% 내에서 영업하도록 한 경제 재가동 3단계에 있는데 이를 유지하되 당분간 추가 완화는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 또 병상 확보를 위해 샌안토니오·댈러스·휴스턴·오스틴 등의 도시가 있는 4개 카운티에서는 비필수적인 수술을 중단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텍사스주에서는 이날 5,996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면서 종전 최고인 전날의 5,551명을 다시 뛰어넘었다. 미시시피주에서도 가장 많은 1,092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고, 역시 환자가 급증하는 오하이오주에서는 신규 환자의 60%가 20∼49세의 젊은 사람들이라고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가 밝혔다.
하버드 국제보건연구소 아시시 자 소장은 NBC 뉴스에 출연해 미국의 신규 환자 급증이 제대로 된 안전 조치 없이 서둘러 경제를 재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실제 감염자가 이보다 10배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의회 전문지 ‘더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이 많다”면서 “현재 보고된 코로나19 감염 1건당 또 다른 10건의 감염이 있다는 것이 현재 우리의 평가”라고 밝혔다. 미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실제는 2,430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대 피해 지역인 상파울루주에서 2차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피해가 많은 브라질도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3만9,483명 많은 122만8,114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23일(3만9,436명)과 전날(4만2,725명)에 이어 이날까지 4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5만4,771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망자도 전날보다 1,141명 많은 5만4,971명으로 늘었다.
브라잘 내 유력 6개 매체가 구성한 언론 컨소시엄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확진자가 전날보다 4만673명 많은 123만3,147명, 사망자는 1,180명 많은 5만5,054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사회적 격리를 완화하고 있는 상파울루주에서는 2차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는 주장도 나왔다
상파울루주는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많이 보고되는 지역이다. 확진자는 24만8,500여명, 사망자는 1만3,700여명에 달한다. 상파울루주 코로나19 긴급대응센터의 주앙 가바르두 사무국장은 “상파울루시 등 대도시에서는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의료 시스템이 부실한 내륙지역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2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뉴델리 코로나19 지정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인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일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6일(현지시간)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1만7,296명 늘어 49만401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4일 1만5,968명, 25일 1만6,922명에 이어 사흘 연속으로 발병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인도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달 26일 6,535명이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2.5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누적 확진자 수도 14만5,380명에서 5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407명 증가해 누적 1만5,301명이 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두 달 넘게 발동한 봉쇄 조치를 풀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지난달부터 통제를 조금씩 완화했고 지난 8일부터는 쇼핑몰, 식당, 호텔, 종교 시설 등이 문을 열었다. 국제선 운항과 학교, 수영장, 극장, 집중 감염 지역 등 일부만 빼고는 일상 대부분이 회복된 상황이다.
‘코로나19 완화’ 조치 속에 프랑스 체육장관이 아이들과 축구공을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 조처 완화로 신규 확진자가 계속해 늘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도 재확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경고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에 WHO 유럽 담당 국장인 한스 클루게 박사는 화상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간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클루게 박사는 “최근 유럽의 여러 나라가 조치를 완화하면서 재확산 위험이 현실이 됐다”며 “30개 국가에서 지난 2주 동안 누적 확진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웨덴과 몰도바, 북마케도니아 등 11개 국가에서 “전파 속도가 가속화되며 재확산이 조짐이 일어났다”면서 “그대로 둔다면 의료 체계는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에 따르면 유럽지부가 관할하는 54개국과 7개 영토에서 26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9만5,000명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연합뉴스
2차 대유행 우려 속에서도 전 세계의 경제 재개 활동이 빨라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다음 주면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에 910만 명 이상이 보고됐고 사망자는 47만 명 이상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우리는 전염을 억제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에 배석한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도 미주 지역, 특히 중남미의 경우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주 이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확진자가 25∼50% 증가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지속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봉쇄 조치 때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감염자 탐지와 격리에 우리의 역량을 매우 공격적으로 쏟아붓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