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국회의원 보좌관도 AI시대…인공지능이 자료 수집·분석, 인간은 창조적 법안 집중

RPA에 학습 가능한 AI 장착 'RPAI'로 진화
기업부실 예측·면접 등 고차원업무까지 접수
삼성SDS·LG전자 등 '사무실 혁명' 속속 합류
AI를 워드처럼 다루는 능력있는 직원들 필요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판단·응용력도 키워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인공지능(AI) 인턴’ 채용공고를 냈다. 당장 보좌관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AI에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작 조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입법활동을 하려면 자료를 검색해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보좌진이 가장 원초적으로 하는 일에서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색 등을 통한 자료수집과 분석 등 기본적인 업무는 AI가 맡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창조적 법안을 만드는 일을 인간이 맡으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법안제출에 이르기까지 ‘생산’에서 인간이 맡아왔던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에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확대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유연근무제 등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AI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똑똑한 AI가 궂은일 도맡는 시대=최근 기업들이 AI와 관련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업무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다. RPA는 기존에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했어야 하는 단순 업무를 AI가 장착된 소프트웨어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그동안은 주로 불량검사·생산공정 모니터링 등 제조공정에 RPA가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일반사무를 비롯해 금융·보험·유통 등 비제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글로벌 대기업의 90%가 RPA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글로벌 RPA 시장은 지난해 8억2,200만달러에서 2022년 2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에는 RPA에 ‘학습’이 가능한 AI를 결합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RPAI’가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지속적으로 학습이 가능한 만큼 RPA 영역의 무한증강이 가능하다. 실제 기존 불량검사·문서작업·전표입력 등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던 RPA가 최근 AI와 결합하면서 번역, 기업부실 예측, 채용면접, 신상품 수요예측 등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 ‘인간을 닮은 소프트웨어’가 점차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체하고 진짜 사람은 보다 복잡하고 창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심재훈 미국 변호사는 “AI는 지치지 않고 한결같은 결과를 내고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으며 매우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며 “야근이나 특근 같은 오버타임 근무에 대해서도 단 한 푼의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안정감을 갖고 휴식을 취해야 다시 일할 수 있지만 AI는 ‘월화수목금금금’ 쉬지 않고 일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도 ‘사무실의 혁명’ 대열 속속 합류=LG전자(066570) 직원들은 최근 다양한 국적의 사내직원들과 의사소통의 부담감에서 해방됐다. AI를 활용해 e메일·메신저·챗봇에서 13개 언어의 번역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이 AI 번역 소프트웨어는 사내에서 주로 쓰는 전문용어 등을 미리 학습한 후 직원들의 피드백과 누적되는 번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갈수록 정확도를 높인다. ‘파파고’ 같은 외부 번역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업무에 효율적이라는 게 LG전자 직원들의 평가다. 현재 LG전자는 회계·인사·영업·마케팅·구매 등 사무직 분야의 약 500개 업무에 RPA를 활용하고 있으며 올해 약 400개 업무에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RPA가 처리하는 업무량을 사람의 업무량으로 환산하면 월 1만2,000시간에 달한다.

삼성SDS 물류사업부 직원들은 최근 매일 항공사와 선사 홈페이지 30여곳을 확인해 화물 위치정보 데이터를 입력하는 지루한 업무에서 해방됐다. 지난 2018년 자체 개발한 AI 기반 대화형 업무솔루션 ‘브리티웍스’를 이 분야에 도입한 덕분이다. 삼성SDS는 현재까지 브리티웍스를 활용해 2만2,000여개 업무를 자동화했다. 브리티웍스는 RPA에 챗봇을 결합한 업무 자동화 솔루션으로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사람이 말로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 여기에 광학적문자판독(OCR), 머신러닝·딥러닝 등 AI 기술도 적용했다. 지난 11개월간 총 120만시간을 절감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 C&C의 경우 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건설·보험·법률 등 각 산업 곳곳에서 RPA를 확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SK㈜ C&C의 AI ‘에이브릴’을 활용한 ‘AI 종합 입찰안내서 분석 시스템’의 경우 일반 계약부터 공정·배관·기계·토목·건축 등 전체 설계를 아울러 분석할 수 있다. 1만여장에 달하는 입찰안내서를 분석하기 위해 통상 엔지니어 30명이 100시간씩 총 3,000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60% 이상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AI를 동료로 활용하고 더 창조적이 돼야=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미국 내 2,000개의 업무활동 중 45%가 AI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 중 창의력을 요구하는 4%의 업무와 감정을 인지하는 29%의 업무는 AI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은 어떻게 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AI 동료 직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AI를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처럼 잘 활용하면서 창조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를 비서처럼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LG·현대차(005380)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AI와 친숙해지게 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데이터사이언스 인증’이라고 하는 AI 관련 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권영준 삼성SDS연구소 AI팀장(상무)은 “앞으로는 회사 업무에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해 본인의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는 능력, 복잡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응용력 등 AI가 습득하기 어려운 영역이 인간의 업무능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의 등장은 일자리 측면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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