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대통령 후보자로 언급한 이후 정치권에선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3선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임영웅은 어떠냐는 조롱이 나온다”고 했고 정청래(3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후보가 없다는 것”이라고 저격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통령은 정치인만 해야 하냐며 “대통령 될 씨가 따로 있나”며 비판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발언의 진의와 별도로 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하다 “백종원씨 같은 분 어때요”라고 말했다.
이 말이 전해지자 야권에서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부터 반응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더 분발하라, 더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볼 것은 아니다”라며 “좋은 비유, 좋은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장 의원은 이 말을 좋게 듣지 않았다.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우리 당 차기 대선후보로 백종원씨를 거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감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한 억측이 난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간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를 놓고 ‘백종원 보다 임영웅이지’ ‘아니야, 영탁이야’ ‘우리 임영웅이 왜 미래통합당을 가냐’ 라는 조롱 섞인 농담이 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지막으로 “사람을 존중하고 키워야 할 당이 비대위원장의 허언으로 이렇게 희화화되는 모습이 참 씁쓸하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김 위원장의 백종원 언급에 한마디 보탰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통합당 대선후보,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다’는 제목의 글에서 “혼돈 속의 통합당이 차기 대선 후보를 놓고 내홍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은 그나마 잠룡들을 짓뭉개며 40대 경제전문가를 운운하다 아직 이당에는 없다는 뉘앙스로 ‘차라리 백종원’을 들먹였다”고 했다.
이와 함께 통합당이 “친김종인 대 반김종인으로 통합당은 두개로 쪼개질 것”이라며 “김종인은 당을 장악하고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며 친김종인파 끌어들이기 작전에 들어갔다고 본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장 의원을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의 기사를 공유한 뒤 “자기들이 백종원이나 임영웅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반문한 뒤 “어이가 없네”라며 반박했다.
진 교수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정치와 상관없는 일반인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으며 ‘조롱’이라는 맥락에서 이름을 갖다 썼으니 임영웅씨에게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한 진 전 교수는 “대통령 될 씨가 따로 있나? 이게 조롱의 소재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누구라도 그 얘기를 들으면 제가 한 그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올 것”이라고 한 진 전 교수는 “유권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필요한 전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민심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MBC 화면 캡쳐
백종원 논란에 통합당은 별 다른 반응과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권 후보에 대한 ‘관심 끌기’는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은 그냥 던지는 말 같지만 (그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굵직한 이슈들은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며 “관심도 끌었고, 또 (당에) 백종원 만한 인지도를 가진 대선후보가 없다는 말을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