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용차 노조, 마힌드라에 '지분 減資' 요청

"새 투자자 신규자금 부담 줄이고
산은 '희생 요건'에도 부합" 제안
이미 투자금 40% 회수 못하는 마힌드라
추가 손해 감수할지는 미지수

지난 25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쌍용차

쌍용자동차 노조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에 보유 지분 감자를 요청했다. 새로운 투자자의 신규 자금 투입 비중을 줄여줘야 한다는 논리다. 현 지분 구조대로라면 신규 투자자가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차(003620) 1대 주주(지분 51% 이상)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쌍용차 노조는 대주주 지분 감자가 새 투자자의 부담 감경과 산업은행의 기업 지원 원칙인 대주주의 희생 요건에 부합한다고 지적한다.

28일 쌍용차 노조는 대주주 희생이 전제된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을 낮추는 방안, 즉 감자를 통한 투자처 찾는 방안을 마힌드라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는 매각 주관사가 선정되며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매각이 기정사실화하자 “지분 매각이 아닌 유상증자가 1순위”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등 현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쌍용차 1대 주주가 되기 위해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한 직원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쌍용차

마힌드라가 쌍용차 노조의 제안대로 지분 감자에 나선다면 신규 투자자는 자금 부담을 덜게 된다. 노조는 이 같은 방안이 실행되면 고용안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정부와 산업은행의 기업 지원 원칙인 ‘대주주의 희생’ 요건도 충족시켜 추가 자금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힌드라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은 74.65%로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4,161억원 규모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두 차례의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총 7,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당장 지분 전량을 매각해도 투자금의 40%가량은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감자를 단행해 지분율까지 낮춰진다면 향후 회수 가능 투자금 비중은 더 낮아진다. 추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25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한 직원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쌍용차

현재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매각주관사로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선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중국 내수 1위 업체인 지리자동차 등 3~4곳 정도다.

한편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 부품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 물량 감소가 7월에도 불가피해서다. 쌍용차는 노사 간 생산물량 조정협의를 진행 중이고 7월 생산목표는 이달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며 추가 휴업 가능성도 나온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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