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튀어 오르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투자 관심도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집값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하는 실수요자들도 매수에 나서며 노원·구로구 등의 중저가 아파트에서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김포와 파주를 내달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도 추가 규제가 시행될지 주목된다.
◇ 6·17대책 내놨지만…서울 아파트는 신고가 ‘행진’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6·17대책 이후 서울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강남권에서 시작한 상승세가 서울 외곽 지역의 중저가·소형 아파트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정보를 보면 24일 노원구 상계동 미도 전용면적 87㎡는 6억 5,000만 원에 거래 신고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상계동 벽산 전용 59㎡는 22일 4억 3,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져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 들어 매매가 한 번도 없었던 중계동 경남아너스빌 84㎡도 대책 발표 이후인 20일 6억 5,0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신고가다. 구로구 개봉동 현대홈타운 전용 84㎡는 20일 6억 9,000만 원, 천왕동 천왕이펜하우스4단지 85㎡는 6억 2,7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상반기 집값 상승이 주춤했던 강남 외 인기 지역인 마·용·성도 최근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애오개아이파크 전용면적 30㎡는 24일 4억 6,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는 이달 8일 전용 84㎡가 15억 5,000만 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2년 거주 요건과 토지거래허가제로 강남 거래가 막히고 수도권도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투자 매력이 사라지자 서울 외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위치도. /제공=서울시
◇강남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복병…잠실서 무더기 신고가
=강남 3구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복병 역할을 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거래가 몰리면서 신고가가 연이었고 지정 이후에는 인접지역에서 집값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잠실지역 대장 아파트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 대책 이후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왔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22일 23억원에 거래되며 전고가(22억원)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엘스 전용 84㎡ 역시 20일 전고가보다 3,000만원 비싼 22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트리지움 전용 84㎡ 역시 18일 20억 1,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에 앞서 수요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것이다.
잠실동에 인접했지만, 이번 규제에서 벗어난 신천동 파크리오의 경우 전용 144㎡가 15일 5층이 19억원에 거래됐는데, 대책 이후인 20일 2층이 19억 8,000만원에 매매되고 26일 30층이 22억 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쓰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 거래량 폭증…전문가들 “집값 상승 동력 충분하다”
=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폭증하는 거래량이다. 6·17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상승은 활발한 거래량이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8일까지 계약이 신고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619건으로, 이미 지난달 거래량(5,479건)을 넘어섰다. 신고 기한이 한 달 이상 남은 점을 고려하면 이달 거래량은 올해 최대인 2월 거래량(8,268건)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구에서 지난달 거래량을 추월했다. 현재까지 서울의 거래량은 노원(733건), 강서(384건), 도봉(381건), 구로(373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한 전문가는 “거래량 증가 없는 가격 상승은 의미가 없는데 이번에는 거래도 폭등하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며 “6·17대책으로 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근본 목적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권혁준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