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20] “한국형 뉴딜 성공 열쇠는 ‘고용 창출 할 수 있는 과학기술’”

서울포럼 패널 7인의 제언


“한국형 뉴딜이 성공하려면 과학기술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국가전략인 ‘한국형 뉴딜’. 경제의 디지털화와 비대면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데이터, 5세대(5G),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3대 영역이 핵심사업 분야다.

그렇다면 한국형 뉴딜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서울포럼 2020’에 참석하는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고용창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내수경제 활성화에 그치지 말고 한국형 뉴딜을 글로벌 패권을 쥘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뉴딜은 고용창출

지난 8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소를 보유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벤처기업 등 1,221곳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연구개발(R&D) 활동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58%가 R&D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고 51.5%는 연구원 채용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상황에 매몰돼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할 ‘기회’인 R&D 투자 축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패널 7인은 과학기술 R&D와 산업 현장이 유리된 탓이라고 판단했다. 연구 결과가 이른 시일 내에 수익으로 돌아온다면 이러한 연구 지원 절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패널들은 “산업화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과학기술은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인 한국형 뉴딜이 성공하려면 고용창출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뉴딜의 투자와 결과는 산업과 일자리로 창출돼야 한다”며 “단순히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해주는 차원이라면 예산의 손실과 재정부담만 남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역시 “뉴딜이 성공하려면 경제주체인 기업과의 교감이 매우 필요하다”며 “뉴딜의 시작과 끝은 기업들과의 연계전략”이라고 말했다.

■초격차 산업 10개는 더 만들어야”

문제는 한정된 재원으로 어떤 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느냐다. 패널들은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에 쏠린 무게추를 분산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생 산업의 경우 기존 산업보다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이나 고용 면에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아쉬운 점은 초격차를 갖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초격차 기술·산업이 10개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수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역시 “정보기술(IT) 분야는 이미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생 분야는 아직 성장할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미국의 화이자나 존슨앤드존슨 같은 경우 삼성전자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제조업이 아닌, 30~50%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점해야 할 산업에 대해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기획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는 아무래도 K방역이라고 생각한다. 진단키트 제작이나 역학조사를 상당히 선제적으로 했는데, 그 배경에는 ICT가 있었다. 우리 ICT가 방역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며 “바이오산업 쪽에서도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R&D 수준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이 제안됐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태지역 총괄대표는 “이스라엘은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필요한 기술들을 사업화하면서 관련 제품들이 빠르게 많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출연연구소나 특성화대·병원 등이 가지고 있는 기술 및 아이디어를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한 바구니에 담아 민첩하게 사업화해야 한다. 우리 요즈마도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해 여러 가지 기술을 모아 사업화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활성화 넘어 ‘글로벌 리더십’으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한국형 뉴딜과 과학기술계의 도전이 단순히 경제 활성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류 정책기획관은 “변화의 시기에는 선점하는 사람이 지배자가 된다”며 “코로나19로 바뀌는 세상의 모양, 그 그림을 결정하는 게 바로 과학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패권이 흔들리는 이 혼란의 시기는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의 혁명을 통해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대응을 넘어 외교와 안보 영역에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묻고, 이를 글로벌 무대에 적용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공중보건 및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공조체제를 선도할 수 있다면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 외교는 경쟁을 넘어 협력과 상생의 틀로서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