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운영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막강한 플랫폼 파워가 중소기업에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가 활발해지면서 카카오톡(카톡)의 ‘선물하기’ 매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곳에 입점해 상품을 파는 소상공인은 업체간 저가 입점 경쟁 때문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톡의 ‘선물하기’ 매출액은 올해 4,68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카톡 광고 매출액 전망치인 5,240억 원과 맞먹는다. 지난 2017년 한해 매출액이 1,050억원에 머물렀지만 3년 새 급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카톡 선물하기 성장은 다양한 제품들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카톡 선물하기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입점 소상공인들은 최저가 입점 경쟁으로 사실상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물하기 입점 판매 수수료율은 15%지만 입점 중소기업들은 할인율 등을 감안하면 실질 판매수수료율은 40~45%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가 수익을 독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가 입점 경쟁을 하다 보니 1,000원짜리 제품을 550원에 납품하고 꼴이 돼서 인건비 등 원가를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카톡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업체들끼리 최저가 경쟁을 펼치다 보니 납품가격은 거의 원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입점 업체 관계자는 “카톡은 플랫폼 파워가 워낙 강력해 (중소기업간) 입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저가 입점 경쟁은 날로 거세고 이로 인해 입점에 성공하더라도 남는 게 없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가 카톡이라는 플랫폼 파워를 활용해 저가 입점 경쟁을 방조하거나 무언의 압박을 보내다 보니 저가 입점 경쟁은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카톡 선물하기에) 최저가로 입점하지 않으면 영세 사업자들은 오히려 입점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백화점이나 홈쇼핑보다 더 이익이 박한 것이 카톡 선물하기”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저가 입점에 따른 판매 기업들의 수익 저하는 물론 결제 수수료율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2~3%라고 해도, 이것이 낮아 보이지만 영세 사업자에게는 엄청나게 큰 것”이라며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등 유명 브랜드는 할인을 안 해줘도 끄떡없지만 영세 업체들에게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수수료율의 경우 연 매출액 3억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은 0.8%, 30억원 미만은 최대 1,6%으로 차등 적용되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영세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언택트 경제가 확산되면서 영세 중소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갖추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은 카톡과 같은 대형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저가 입점 경쟁은 더 치열해 ‘많이 팔아도 돈은 남지 않는’ 역설이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형 플랫폼의 최저가 입점 경쟁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출신 야당 국회의원은 “최근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초기에는 낮은 수수료로 입점 업체들을 끌어모은 뒤 어느 순간 수수료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사전에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승·양종곤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