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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면서 일야처럼 국내 수주량이 줄고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폐업하는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 1차 협력업체마저 문을 닫는 지경이어서 2·3차 협력업체들의 위기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지만 이런 위기감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중기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88.1%가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거나 업종별로 임금지급 능력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에도 차등을 둬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내놓았고 한국노총은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한 인상안’을 내겠다고 밝히면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의 요구안을 놓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최초요구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장기간 공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44.0%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14.8%가 감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8.8%)이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매년 오르는 인건비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회귀)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12~22일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리쇼어링 계획을 물은 결과 돌아올 의향이 있다는 기업은 8%에 불과했다. 반면 ‘현지사정이 악화되면 고려하겠다’는 기업(16%)과 ‘의향이 없다’는 기업(76%)은 92%에 달해 이로 미뤄볼 때 중소기업은 리쇼어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아올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국내 생산비용이 높다’는 답변이 63.1%로 대다수였다. 이어 ‘현지 내수시장 접근성(25%)’ ‘현지 원청기업과의 관계(23%)’ ‘노동·환경 등 국내 각종 규제(9.9%)’ 순이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