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스엔드 해변에서 사람들이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여전히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 장비인 마스크 착용을 꺼리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영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유고브(YouGov)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영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은 전체의 20%를 겨우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1만여명이며, 사망자는 4만3,000여명에 달한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대부분 국가의 마스크 착용률은 급등했다. 지난 3월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의 마스크 착용률은 10%를 밑돌았으나 현재 각각 70%대, 80%대,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지난 3월 20%대에 그쳤으나 지난 4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줄곧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3월 중순만 하더라도 한 자릿수에 머물던 미국의 마스크 착용률도 현재 60%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40%에도 미치지 못했던 캐나다의 마스크 착용률은 이달 들어 60%에 육박했다. 홍콩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80~90%대를 유지했으며, 싱가폴은 지난 4월 20%대에서 현재 80~90%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지난 4월 중순경 마스크 착용률은 30% 가까이 육박했지만 현재는 10%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월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마스크를 규칙적으로 착용한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WSJ는 영국 미들섹스대와 버클리대 연구를 인용, 남성의 허영심을 낮은 마스크 착용률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여성보다 남성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부끄럽고, 멋지지 않으며 약하다는 표시, 오명”으로 여기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오랫동안 마스크 착용이나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금지해 온 것도 마스크 착용률을 높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마스크 착용률이 다소 늘어났지만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보건 책임자는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지시했다가 살해 위협을 받고 사임하기도 했다. WSJ는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아시아와 달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WSJ는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국가들이 서양에서 한 것과 같은 심한 제재 없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확산을 조기에 제한했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홍콩과 체코를 사례로 들며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콩은 지구상에서 가장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한 곳임에도 코로나19 사망자가 6명에 그쳤다. 심지어 홍콩은 하루 약 300만명의 여행객을 해외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들 중 절반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본토에서 넘어오고 있다. 윈궉융 홍콩대 교수는 “아침 출근 시간 동안 마스크 착용률이 97%에 달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3%는 주로 미국인과 유럽인”이라고 설명했다. 체코 역시 마스크를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다. 체코는 지난 3월 18일 일부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유럽 최초로 의무화했다. 이후 일일 신규 감염자 수는 50명 이하로 줄었고, 사망률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한 곳이 됐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장서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마스크 착용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