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미국의 한 시민이 총기로 무장한 채 장갑차를 타고 후버댐 인근 도로를 폐쇄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사건을 조사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에 대한 감찰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시절 1급 기밀 정보를 사적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이메일 스캔들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큐어넌(QAnon) 지지자인 이 시민은 감찰보고서가 이미 공개됐는데도 다른 감춰진 서류가 있다는 음모론을 믿었다. 큐어넌의 큐(Q)는 2017년께 커뮤니티 사이트인 ‘4chan’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 또는 단체다. 자신이 정부 고위인사에게만 주어지는 기밀취급권(Q)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음모론을 주장했다. Q의 음모론은 온라인에서 익명(Anonymous)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가지를 쳐 큐어넌이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어느덧 큐어넌은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음모론을 퍼 나르는 우파단체로 커졌다. 이들은 숨은 권력집단인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려 한다며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지목한 딥스테이트에는 클린턴 전 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민주당 인사 또는 지지자들이 많다.
피자게이트는 딥스테이트가 저지른 범죄라며 큐어넌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사건이다. 민주당 인사들이 악마를 숭배하는 고대 종교에 빠져 워싱턴DC의 한 피자집에서 아동 인신매매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피자게이트가 4년 만에 온라인에서 다시 유행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자게이트와 관련해 최근 온라인에서 댓글이 달리거나 공유된 건수가 처음 유행한 2016년 말 대선 때보다 더 많다. 당시에는 클린턴 전 장관이 주로 타깃이었지만 이번에는 오프라 윈프리 등까지 거론됐다. 윈프리는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문이 돌자 트위터를 통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음모론의 생명력은 바이러스보다 더 세다. 백해무익한 음모론을 퇴치할 치료제 개발 소식을 듣고 싶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