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베트남TF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발간한 계기 교육 자료의 일부 내용이 편향 논란을 빚고 있다.
30일 해당 교육 자료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 중 ‘한국사의 거울,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의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기정사실로 다루면서 참전 이유와 관련해서는 돈을 벌기 위한 동기라고 서술하고 있다.
교육청은 서울 시내 중·고교 728곳 전체에 이 교육 자료를 배포하며 수업과 학교 교육 활동에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책자 집필에는 하정문 한신대 교수와 고교 교사 5명이 참가했다.
집필진은 “박정희 정부의 참전 명분은 공산 세계로부터 자유 세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베트남 파병으로 주한미국 철수를 막아 안보를 보장받고 파병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획득하고 베트남 특수를 통해 외화를 얻는다는 실리가 작용해 내려진 결정이었다”고 서술했다. 군인들의 파병 지원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 상관의 명령, 애국심 등이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즉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썼다.
이 책자는 아직 정부가 공식 인정하지 않은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사실처럼 다뤄 논란을 빚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베트남 전쟁에서도 민간인 학살이 있었습니다. 미군에 의한 ‘미라이 학살’,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에 의한 학살, 한국군에 의한 학살도 있었다고 합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베트남인 입장에서, 또 참전군인 입장에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아봅시다”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1968년 퐁니 마을 사건에서 부상했다고 주장하는 베트남 생존자와 유족 103명은 지난해 청와대에 이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과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지난해 9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한국 측의 단독조사가 아닌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하나 한국-베트남 정부 간 공동조사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베트남 정부도 한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자 단체는 민간인 학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교육청 책자가 편향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