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자기모순에 빠진 文 정부 부동산대책

권혁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52% 상승했다는 통계가 제시됐으나 이는 시장 상황을 과잉해석할 여지가 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서울 집값이 52% 올랐다며 비판하자 국토교통부는 14% 상승에 그쳤다는 반박을 내놓았다. 앞서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집권 3년 동안 50일에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놓은 것과는 전혀 다른 온도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보면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이 0.64% 오를 때마다 한 번씩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아이러니하다.


모순되는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는 최근 풍선효과가 나타난 김포·파주를 규제하는 23번째 대책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했던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이를 대책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규제지역 지정은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주택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풍선효과는 충분히 예측했지만 ‘법령’에 어긋나 대책에 포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재건축 2년 의무거주 등 국민의 자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초헌법’적인 대책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내놓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사유 재산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도 시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주택거래 허가제로 보고 있다.

모순적인 것은 정책을 주도하는 정권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를 잡겠다는 정권이지만 노영민 비서실장 등 다주택자인 청와대 참모들만 8명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고 경고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다주택자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공언에도 여당 국회의원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자만 43명이다. 전체 여당의원의 4분의1은 다주택자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남 아파트를 가진 다주택자들이 다주택을 잡는 정책을 펴겠다고 하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결과물인 정책도 모순투성이다. 이제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권의 반복되는 의지 표명조차 진의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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