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만채 늘어난 등록임대주택…결국 '정부 자충수' 됐다

임대주택사업 다주택 양산 주범 지적도
당사자들은 바뀐 정책 노선에 불만 폭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연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진보 진영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주택임대사업자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최근에는 장려가 규제로 바뀌었지만 현 정부 들어 등록임대주택 규모와 사업자는 급증했다.

국내 경제학계에서 재정학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주택문제 - 암덩어리 그대로 놓아둔 채 항생제 처방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명예교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만은 분명한 효과를 거두기 바라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판단해 보면 또 한 번의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투기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파격적 세제상 특혜를 그대로 둔 채 임기응변식의 대응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에 따르면 150만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45만명의 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상의 엄청난 특혜를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부동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하는 특혜를 주택시장에 중병을 안겨주는 ‘암덩어리’라고 규정했다.


이 명예교수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상태에서 주택 투기를 한 사람은 주택 보유와 관련한 세금 부담을 거의 지지 않다 보니 주택가격 상승의 이득을 고스란히 챙긴다”며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주택 투기에 뛰어들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 기간 동안 등록 임대주택은 얼마나 늘었을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등록 임대주택수는 지난 2017년 98만채에서 올해 1·4분기 기준 156만 9,000채로 58만 9,000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등록 임대사업자 역시 2017년 26만 1,000여 명에서 올 1분기 51만 1,000여 명으로 25만명가량 증가했다. 등록 임대주택과 사업자가 3년간 급증한 이유는 정부의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공적임대주택 시장과 더불어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해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고 정책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등록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세제혜택이 워낙 매력적이어서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는 정책을 발표한 12월 한 달 동안에만 7,300여명이 증가했었다.

뒤늦게 제동에 나선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해 강한 규제를 내놓았다.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고, 재건축 단지도 2년 거주해야 조합원 물량 신청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임대주택 사업자에는 이보다 앞서 지난 2018년 9·13대책에서도 양도소득세 중복과세, 종합부동산세 과세 배제 혜택을 없앤 바 있다.


현재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민간임대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식 폐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되면 사실상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앞으로도 활성화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주택사업자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 아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와 관련 “민간임대시장은 각종 세제혜택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활성화했는데 정부가 ‘갭 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하게 추진하다 보니 두 대책이 서로 부딪쳐 여러 잡음이 나오게 됐다”며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해 민간임대시장은 당초 취지대로 흘러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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