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2020에서 스튜어트 러셀(왼쪽) UC버클리대 교수가 특별강연을 마친 후 온라인 대담에서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초격차를 확보하려면 가장 먼저 논문 스펙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국내외 정계·과학계 리더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불확실성이 일상화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학기술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이루려면 연구자들이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포스트 코로나 국가생존전략: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를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20’ 둘째 날 행사에서 국내외 리더들은 한국 과학기술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1위”라며 “반면 결과물은 한참 뒤져 있다. 과학기술 상업화는 세계 43위, 부가가치 창출은 20위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현상은 논문을 중시하는 경직적인 이공계의 현실 때문이라는 것이 석학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 이공계 박사의 약 80%가 학계나 연구소에 소속돼 논문 작성에 매달린다. 심지어는 연구 뒤 논문만 발간하고 특허를 내지 않아 다른 나라 기업이 그 연구 결과를 독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논문의 90%는 연구자가 스펙을 쌓기 위한 ‘논문을 위한 논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뿐 아니라 혁신을 통해 기초과학을 산업화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승주 유타대 의공학과 및 약학과 교수는 “연구자들 스스로 연구과제를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특별강연자로 나선 ‘인공지능(AI)의 아버지’ 스튜어트 러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AI 시대에도 전문가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러셀 교수는 “데이터가 아무리 축적돼도 맥락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포럼 2020에는 국내외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청중이 참여해 행사를 풍성하게 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