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디어 마이 네임]'미투'의 불 당긴 '에밀리 도'의 진짜 이름과 숨은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동녘 펴냄


2015년 1월 17일, 미 스탠퍼드대학교 파티에서 만취해 필름이 끊긴 샤넬 밀러를 성폭행한 브록 터너는 완벽한 유죄였다. 목격자들이 있었고, 터너는 도주하다 붙잡혔으며, 현장에는 증거가 널려 있었다. 그러나 1년 반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밀러는 수치심과 고립감을 느껴야 했고, 터너는 스탠퍼드 장학생이자 전도유망한 수영 선수라는 이유로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마저도 3개월이 깎였다.


신간 ‘디어 마이 네임’은 미국에서 ‘미투(me too)’ 운동의 불을 당긴 2015년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 익명의 피해자 ‘에밀리 도’가 4년 만에 진짜 이름인 ‘샤넬 밀러’로 털어놓는 그 날과 이후의 이야기다. 잊힐뻔한 이야기는 밀러가 법정에서 최후 낭독한 ‘에밀리 도의 피해자 의견 진술서’ 전문이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에 게시되면서 주목받았다. 진술서는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됐고 담당 판사는 파면됐다. 그리고 2019년 자신의 진짜 이름 ‘샤넬 밀러’로 돌아온 저자는 책을 통해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사건 후 일상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치유라는 것이 실제로는 어떻게 가능한지 섬세한 에세이로 풀었다. 나아가 책은 사건 이후 가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문화와 피해자에게 좌절감을 안기는 사법 시스템을 고발한다. 1만9,8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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