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부, 권력에 관한 사색(탕누어 지음, 글항아리 펴냄)=대만의 저명한 문화비평가인 탕누어가 인간 사회의 가장 노골적이고도 본질적인 세 가지 문제인 명예, 부, 권력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부의 속성을 들추면서 명예를 향해 먼 길을 간다. 한나 아렌트에서 시작해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알렉시스 드 토크빌, 존 스튜어트 밀 등 사회 과학자들의 논거와 통찰력을 살핀다. 그러면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호르헤 보르헤스, 윌리엄 포크너 등 문학 대가들의 구절을 동원해 독자들을 사유의 길로 인도한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통해 부와 권력, 명예의 관계를 탐구해보는 식이다. 또 저자는 명예를 설명하기 위해 보르헤스의 ‘알렙’을 예로 들기도 한다. 2만2,000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펴냄)=국내 대표 과학 교양서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개정 증보 2판이 출시 됐다. 2001년 첫 출간 당시 과학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던 책으로, 이후 20년 동안 출판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증보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정이 필요한 부부분을 수정하고, 원고지 100매 분량의 새 내용 ‘두 번째 커튼 콜’을 추가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과정부터 사회적 성취가 이루어지는 과정, 4차 산업 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들까지 현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 키워드들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충실히 담아냈다. 1만6,800원.
■품어야 산다(김병효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펴냄)=금융인 김병효가 정서적 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호소한 글 모음집이다. 저자는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아비바생명 대표, 우리프라이빗에퀴티 대표를 지낸 순도 100%의 금융인으로 평생을 숫자의 세계에서 살아왔지만 평생 시와 문학을 멀리한 적이 없다. 책에 담긴 27편의 글을 통해 이주민,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장애인, 노인 빈곤충 등 우리 사회에서 늘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저자는 책 제목과 같은 황규관 시인의 ‘품어야 산다’를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가 배고픈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강물의 물살이 지친 물새의 발목을 제 속살로 가만히 주물러주듯 다시 한번 품어보자.” 1만3,000원.
■무서운 의학사 외(이재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이재담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무서운 의학사’‘위대한 의학사’‘이상한 의학사’ 등 3권을 통해 의학 관련 217개 에피소드를 정리했다. 울산대 의과대학에서 인문 사회 의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제자들을 길러온 실력을 책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선보인다.
‘무서운 의학사’는 역사를 바꾼 치명적 전염병들, 생명을 바쳐 이에 응전했던 의사들, 의학사에서 일어났던 각종 사건 사고들을 살핀다. ‘위대한 의학사’는 의학사를 빛낸 이들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이상한 의학사’는 수백 년 전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던 질병, 미신과 마법과 무지가 낳은 사이비 의료 행위, 괴짜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았다. 각 2만2,000원.
■일곱 해의 마지막(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작가 김연수의 8년 만의 신작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은 기행, 바로 시인 백석의 본명이다. 전쟁 이후 이북에서 생을 마감한 백석의 시인으로서 마지막 시간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그의 삶 자체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지는 않았다. 머리와 가슴으로는 순수한 시를 쓰고 싶었지만 당이 요구하는 사상성 강한 시를 쓰지 않으면 숙청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었던 시인의 처지에 공감하며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실제 백석은 46세였던 1958년 양강도 삼수군 국영협동조합으로 쫓겨난 적이 있다. 김연수는 작가의 말에서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 마음 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