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모습/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가 1년만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7)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일 이 같은 내용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0∼70대 여성 10명이 잇따라 살해당한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다. 30여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이춘재는 그동안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10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춘재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낸 공은경(41·여) 경위를 비롯한 프로파일러들과 지난해 9월 부산교도소에서 네 번째 면담을 갖던 중 이러한 살인 범행 전체를 자백한바 있다.
10건의 살인사건 중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박모 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의 경우 이듬해 윤모(53) 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윤 씨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수원지법에서 재심이 진행중이다.
이춘재는 10건 외에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 살던 김모(당시 8세)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은 그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춘재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다만 경찰은 입증 자료가 충분한 9건의 사건만 그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강간사건 25건도 이춘재의 실제 범행으로 판단되지만 살인 사건에 비해 진술 구체성이 떨어지고 피해자가 진술을 원하지 않아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가 저지른 8차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및 검사 등 8명은 직권남용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윤모씨를 임의동행한 후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3일간 법적 근거 없이 경찰서에 대기시키며 조사하는 등 부당하게 신체를 구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사과정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를 통한 허위자백, 허위의 진술서 작성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초등생 김모양 살해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2명은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입건해 송치하기로 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이춘재 사건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