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동상이몽…M&A 결국 파국 맞나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공문, 선결 조건 이행 안 돼"
10일 이내 불이행시 인수 계약 파기 선언
자금 여력 없는 이스타…최종구 대표, 국토부에 sos

이스타항공 최종구(오른쪽) 대표가 지난달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및 지분포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이 인수합병(M&A)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게 선결 조건 이행을 독촉하고 있으나, 이스타항공은 자금 여력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인수 작업의 신속한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구하는 ‘선결 조건’은 임금 체불 해결, 운영비 미지급금 지급 등으로 약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이스타항공은 그만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 결국 M&A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만약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접으면 이스타항공은 파산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중순 이스타항공에게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오너 일가가 헌납하기로 한 지분에 대해 논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항공에 발송했고 제주항공은 지난 1일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다시 보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M&A 선결 조건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250억원 규모의 이스타항공 직원 임금 체불 해결 △미지급된 조업료·운영비 지급 등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약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책임 소재를 놓고 이견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먼저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를 놓고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에 대해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 보증건은 문제가 없다”며 “다른 문제들은 주로 돈이 없어서 이행하지 못한 선결 조건들로 계약 당시 제주항공도 양해하기로 한 부분”이라고 맞서고 있다.

반면 제주항공의 입장은 다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공문을 법무법인과 검토한 결과 선결 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공문을 검토한 결과 타이이스타젯 보증 해소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대체보증계약서도 제공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겨우 10일이라는 기간을 주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선결 조건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이스타항공 M&A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돈줄이 막힌 이스타항공이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자체적으로 대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완전자본잠식상태일 뿐 아니라 올 3월부터 전 노선의 운항이 중단됐다. 4개월째 매출이 제로에 가깝지만 매달 고정비용으로 250억원씩 빚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선결 조건만 해결될 경우 언제든 다시 인수 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제주항공은 “지난 달에도 이스타항공에게 공문을 보내 선제적 조건 이행을 권유했다”며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언제든 다시 인수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타항공 노사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 회생방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이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고 사측은 제주항공에 책임을 물으면서도 제3의 인수자를 찾는 방안 역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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