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GM의 자동차 조립공장.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의 6월 고용지표가 나왔습니다. 비농업 일자리만 무려 480만개가 늘었는데요. 시장 예상치 290만개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480만개 증가는 역대 최대 수치라고 합니다. 실업률도 13.3%에서 11.1%로 내려앉았는데요. 지난 주 실업수당청구 건수도 143만건으로 13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이날 뉴욕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는데요.
일자리만 놓고 보면 확실히 바닥을 찍은 모양새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쭉 회복세가 이어질까요? 월가에서는 아직 그렇게 보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광의의 실업률 여전히 18%...일자리, 3분의1밖에 안 돌아와
실제 4월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던 식당에서의 식사 비중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때문인데 이 경우 일자리가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뜻합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48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V자 회복에 대한 희망 앞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며 “예를 들어 6월 말 식당에서의 식사하는 건수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신용카드 사용자료를 봐도 6월 하순부터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경고했습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1차로는 이달 말로 끝나는 추가 실업급여 600달러가 관건입니다. 민주당은 실업률이 6%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더 주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근로의욕을 꺾는다며 반대입니다. 추가 급여 때문에 일할 때보다 쉬고 있는 지금의 소득이 더 많은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 돈이 끊기면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6월 일자리 증가에 대해 사상 최대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3월과 4월에만 2,200만개가 사라진 후 나온 것이다. 사라진 일자리의 3분2가 더 만들어져야 한다. /UPI연합뉴스
현장의 고용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는 광의의 실업률(U6) 역시 21.2%에서 18%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U6는 구직을 포기하거나 풀타임을 원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인데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전체 숫자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월과 4월에 걸쳐 사라진 일자리가 약 2,200만개입니다. 그러다 5월에 269만9,000개가 늘었고 6월에 480만개가 증가한 겁니다. 두 달을 더해도 앞서 줄어든 일자리의 3분의1 수준입니다. 6월의 일자리 증가 수가 사상 최대치라지만 이것은 그만큼 감소폭이 컸기 때문에 나온 겁니다. 기저효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며 “역사적인 수치”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 정도는 아닌 것입니다.
데이버그 리서치의 설립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나에게 있어 일자리 숫자가 V자 회복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우리는 일자리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지만 두 달 동안 없어진 2,200만개의 구멍은 여전히 매우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노동시장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때문에 손성원 교수는 바이러스가 부활하면서 실업자 수가 다시 2,000만명을 넘어설 수 있으며 이중 약 70%가 중소기업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394만6,000명이었던 실업자는 4월 2,062만6,000명을 거쳐 5월 1,829만1,000명, 6월 1,427만2,000명으로 감소세입니다.
궁극적으로 고용이 살아나야 소비가 늘고 경기가 회복된다는 점에서 일자리 지표는 매우 중요한데요. 고용은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기 시작한 7월을 포함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이날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음 10년 간 미국의 노동시장에 큰 생채기를 남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수치로 앞으로를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