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차르트!' 박강현 "나는 매 순간 살아있길 원한다"

사진=양문숙 기자

‘모차르트!’가 10년 만에 원석을 찾아내 보석으로 세공했다. 그 보석은 무대 한 가운데 솟아올라 ‘나는 나는 음악’이라 노래부르며 반짝이는 빛으로 퍼져나갔다.

초연 당시 가수 김준수를 뮤지컬배우로, 무명 박은태를 일약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던 ‘모차르트!’가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박강현이라는 보석을 만들어냈다.

‘엘리자벳’과 ‘웃는남자’ 등을 통해 인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 표정, 귀에 생생하게 박혀드는 목소리로 자신의 잠재력을 담금질하던 박강현은 ‘모차르트!’를 통해 세상을 향해서 날아올랐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천재, 자유롭고 싶었으나 자신을 둘러싼 모든 벽에 가로막혀 고통스러워했던 모차르트의 희극과 비극이 엇갈린 삶을 노래하며 그는 어느덧 연예인 캐스팅에만 급급해하던 뮤지컬계의 유리천장을 시원시원하게 뚫고 또 박살내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Q. 타이틀롤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첫 공연 전날에는 잠이 오지 않더라. 어떤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서너시간 잠이 안 오고 지옥같은데 결국 지쳐서 잠이 또 들긴 들고. 공연이 임박해 무대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큰 부담이 되는데 들어가면 또 하고 있다. 잘하든 못하든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있다. 처음이 어렵지 조금씩 덜어지더라. 수면시간이 늘고있다.

Q. 모차르트에 대한 해석은?

한 사람의 일생을 보여주기에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 다만 중간에 생략한 부분이 많아 캐릭터를 잡기에 쉽지는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영화나 연극을 참고해 내 안에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냈다. 결국 내 마음대로 캐릭터를 분석하지 않았나 싶다.

공연 안에서의 모차르트는 가족간의 관계에 집중한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 천재가 내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천재지만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나오는 아픔을 더 표현하고 싶었다. 천재지만 인간이고, 그래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아픔에 집중해 캐릭터를 해석했다.

Q. 모차르트와 자신은 얼마나 가깝다고 생각하나.

절반? 공연을 할수록 찾아지는 부분이 많다. 정말 프로라면 동일시돼야 하지만 사람이 그렇지 않거든. 나는 매 순간 살아있기를 원한다. 노력하다보면 새롭게 찾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50%는 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Q. 자신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끔씩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 황금별 별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모차르트의 이상에 닿아있는 것 같다. 가장 다른 부분은 천재가 아니라는 것. 주변 음악하는 사람들에 물어보니 모차르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천재라고 하더라. 가사에 ‘신의 선물 모차르트’라고 쓰여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이 불행한 천재는 신의 도구가 아니었을까.

사진=양문숙 기자

Q. 가사 전달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처음 공연을 보는 관객도 많지 않나. 내용을 알고 싶은데, 그러면 가사가 들려야 되는데 안들리면 답답하거든. 지켜야 하는 음계가 있다보니 발음을 놓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게 개인적으로 너무 답답해서 그 뒤로 신경을 많이 썼다. 발음을 또박또박 한다고 해서 잘 들리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테크닉이 생긴 것 같다.

내 노래 중에도 안 들리는 부분이 있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고, 모니터 할 때는 가장 뒷자리에 가서 본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면 표정연기를 아무리 해도 안보인다. 결국 목소리 톤과 몸짓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만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자신의 강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노래 고만고만하게 하고, 연기 고만고만하게 하고, 춤은 잘 못추고, 평범한 키에 평범하게 생겼다. 근데 이 안에서 특별함을 잘 모르겠다. 그냥 운이 좋았던것 같기도 하고. 아! 끈기가 있다. 잘 포기를 안한다. 하나를 선택하면 그걸 누가 봐도 안된다 싶던 것도 ‘정말 안됐다’ 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Q. 무대 위에서 100%를 쏟아내는 것을 봤다.

최선을 다 한다. 하나하나 계산해서 할 만한 성격은 못된다. 물론 (김)준수 형처럼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지는 못한다. 컨디션에 대해 생각하면 집중이 깨질 것 같아서 그런 생각 없이 무대에 오른다. 예로 화나서 누구에게 소리를 치는 장면에서 ‘소리질러야지’ 하면 목이 나간다. 감정을 가지고 하면 괜찮고. 온전히 극에 집중하고, 자고 나면 컨디션이 돌아오겠지 생각하고 공연하는 것 같다. 나중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 젊으니까….

Q. 거의 공연 내내 무대에 있는 것 같다

‘모차르트!’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무대 위에 있는 시간이 가장 길다. 정말 오래 있다. ‘웃는남자’ 할때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분량도 노래도 더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 있게 이끌어가려면 체력이 부족하면 안되겠더라. 아침에 뛰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Q. 커튼콜에 ‘황금별’을 부르는게 인상적이었다.

이 노래는 ‘치유의 노래’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힘든 상황 속에서 공연을 하고,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분들께 서로가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최대한 안 울려고 하는데… 그래서 의미가 깊은 노래로 남을 것 같다.

Q. 가장 애착가는 노래는

‘나는 나는 음악’이 가장 애착이 간다. 모차르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가장 잘 말해주는 넘버가 아닌가. 말 그대로 모차르트는 나 자신을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마데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머릿속에서 작곡을 계속 해나가는데, 그 모습을 ‘나는 음악이고 이런 사람인데 몰라줄까’ 하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내 자체가 음악이 되고싶다. 그 노래 안에서는….

Q. 처절하고 슬픈 캐릭터를 연기할 때, 공연 후 벗어나는 방법이 따로 있나.

서른 둘이다. 어리지 않다. 그런 것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이상하게…나이가 먹어가면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한다는데 그런게 생긴 것 같다. 공연 끝나고 운전해 집에 가면서 센치한 노래를 틀어놓고, 창문 열고 바람 맞으며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이 좀 더 깊어졌다 하는 생각도 든다.

Q. 본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생각이 들면 생각을 하지 말자고 한다. 그건 또 생각을 하고 있는게 되지 않나. 그게 계속 싸운다. 그러다 지치면 그냥 자고. 또 ‘이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평소 공연에 대한 고민은 당연한 일이고,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자 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Q. 작품을 끝냈을 때 무엇이 남을까.

뿌듯할 것 같다. ‘모차르트!’라는 작품은 10년 전 아주 큰 대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는 저런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나 먼 곳이었고, 저기에 서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할까 고민했을 때 아무런 답도 안 나오던 시기였다. 이 공연을 끝내고 나면 그런 작품을 했다는 뿌듯함이 올라오지 않을까.

Q. 앞으로의 목표는?

어린 시절에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내 전공을 살려 밥벌이를 하고 싶다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사람도 아니기에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목표한 바를 이뤘다. 사실 영화를 하기 위해 연극을 시작했다. 이 장르는 한 분야일 뿐이고, 앞으로는 카메라 앞에서도 자유롭게 연기하게 되고 싶다.

얼마 전에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했더라. 시간이 빨랐고 많은 공연이 있었지만 공연 외적으로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지 않았나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을 못 챙기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많이 부지런했으면 여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멀티가 안돼서….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싶다.

사진=양문숙 기자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