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만년 적자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상장 후 이틀 만에 공모가(4만9,000원) 대비 3배 이상 올랐다는 점에서 현재 주가 상승은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뛴 1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은 이틀째 상한가 행진이다. 시가총액은 약 13조원을 기록해 코스피 시총순위 2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외국인은 전날 38만주(480억원)에 이어 오늘도 31만주(516억원)를 순매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50대 기업 중에서 최근래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적자 기업은 한국전력으로 연속 적자 기업이 코스피 시총 상위권에 드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시가총액을 100위로 넓혀보면 4년 연속 적자 기업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설립부터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최근 3년 기준 SK바이오팜의 영업손실은 2017년 989억원, 2018년 1,391억원, 2019년 793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작지 않았다. 특히 지난 1분기에는 651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손실 폭이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 기준 SK바이오팜의 지난해 자기자본은 -54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을 넘어섰고, 부채는 1313억원에 달했다.
SK바이오팜은 공모를 통해 조달된 자금(9,593억원)으로 부채상환 등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신약개발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연구개발(R&D) 비용과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에스케이바이오팜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세노바메이트 상업화를 위해 622억원을 투여하고, 연구개발비로 713억원을 지출한다고 되어있다. 같은 기간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상업화(마케팅/생산)를 위해 판매조직구축, 판매촉진활동, 제품 생산 등 622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만 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은 내년까지 4,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할 예정에 있어 신약 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또다시 자본잠식에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5월에 미국시장에 출시돼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며, 유럽에는 기술수출을 했기 때문에 로열티가 발생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유럽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FDA 신약인 솔리암페톨 역시 지금 미국에서 판매가 되고 있고 독일에서도 출시했기 때문에 관련 로열티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파이프라인에서 성과가 점점 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매출 성장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를 각각 10만원과 11만원으로 제시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은 2020년 460억원, 202년 6,294억원 2030년에는 1조8,000억원으로 연평균 45% 증가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2020년 1,972억원 적자에서 2023년 185억원 흑자, 2030년에는 영업이익 8,38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SK의 생활과학(라이프 사이언스) 사업부문이 물적 분할되면서 설립된 신약 개발 업체다. 뇌전증 치료제인 엑스코프리(제품명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에 대해 FDA 최종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출시 신약 2품목을 보유했다.
뇌전증은 뇌에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나타낸다. 세노바메이트는 부분발작 뇌전증 치료제로 지난 2019년 11월 미 FDA 승인을 받고 지난 5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수노시는 기면증과 폐쇄성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과다졸림증 치료제다. 미국에서 2019년 3월, 유럽에서는 2020년 1월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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